20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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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오덕환 부회장)

엔젤투자자가 정말 매력적 투자자인 이유

강중길 회장 2013년, 엔젤투자 매칭펀드를 필두로 여러 엔젤투자지원제도가 출범하던 무렵, 지원제도 마련에 참가했던 이들조차도 지금과 같이 초기투자시장이 활성화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제도 도입 이후 3~4년쯤 지나면 엔젤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초기투자시장이 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진 정도였지요. 하지만 그야말로 전세계적인 스타트업 열풍과 함께 우리나라에도 씨앗(seed)에서 시리즈 A 사이의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엔젤투자자 뿐 아니라 엑설러레이터와 마이크로 VC,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에 이르는 다양한 투자주체들이 자리잡고 있고, 정부의 수많은 지원사업들도 투자의 대체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씩 과열을 우려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좋은 투자대상이 없다는 걱정의 소리도 흔히 듣습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마이크로 VC나 엑설러레이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체계적인 엔젤투자의 사회적 효용이 좀 적어진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러나 저는 엔젤은 다른 초기투자자와 구분되는 몇가지 특징을 가진 투자주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다르고도 강력한” 특징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엔젤투자자들이 더 신경 써야 할 일이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엔젤투자자는 피투자기업의 경영자에 대한 통찰력이 다른 어떤 투자주체보다도 뛰어날 수 있습니다. 엔젤투자자의 투자대상 발굴은 거의 전적으로 인적관계에 근거하고, 투자의사결정 역시 사람에 대한 평가에 크게 근거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작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진들은 엔젤투자자들이 투자제안 메일 가운데 어떤 항목에 주목하는지를 광범위한 실험을 통해 분석했습니다. 실험결과 엔젤투자자들은 그 기업의 창업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매우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고, 나머지 다른 요소들은 상대적으로 가벼이 여긴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런 특성은, 기관투자자들과는 구분되는 점입니다. 외부투자자(LP)들이 존재하는 기관투자자들은 다양한 평가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부담을 태생적으로 갖기 때문입니다.

외부투자자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는 특성은 엔젤투자자를 매우 빠른 의사결정자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투자심의위원회와 같은 기구 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자금조달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피투자기업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대적인 강점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투자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업자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엔젤투자자는 잠재적으로 경쟁관계에 놓인 투자주체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엔젤투자자들이 이런 우위를 발휘하고 있는지 계량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다소 우려할만한 숫자들이 있기는 합니다. 우리나라의 엔젤투자자들과 미국의 엔젤투자자들을 비교해보면 투자시점에서 기업가치평가가 그리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회수시점의 기업가치평가는 매우 큰 차이를 나타낸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엔젤투자자들이 좀 관대한 가치평가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는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물론 아직 엄밀한 분석이 이루어진 상태는 아닙니다)

초기투자가 얼마나 목마르면 투자자들을 “엔젤”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엔젤투자자가 시장실패를 극복함으로써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은 여러 번 분석된 바 있습니다. 엔젤투자자들이 잘 아는 곳에, 빠르게, 그리고 충분한 협상을 통해 “싸게” 투자함으로써, 개인의 수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우리 스타트업생태계를 이끌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 김도현 교수님은 현재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이며, 창업지원단장,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 한국벤처창업학회의 회장 등 역임하시면서 창업에 대해 다방면으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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