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연하장애학회
연하장애(嚥下障碍)는 음식물을 삼키는 과정에 제한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뇌혈관질환, 뇌손상, 파킨슨병, 치매 등의 뇌질환과 두경부 암, 그리고 암치료의 후유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연하장애가 있으면 폐렴, 영양실조, 탈수 등의 직접적인 문제와 근감소증, 대사이상, 면역력 저하 등의 이차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연하장애로 인해 직업, 취미 활동 등 사회적인 참여의 제한을 유발하게 된다. 본 글에서 연하장애가 우리나라 장애인 제도에서 인정되는 현황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제안하려 한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제도에서 국가가 장애인을 등록하고 지원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 법률적 근거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복지법이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규정되어 있는 장애인의 정의는 ‘장애인이란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되어있다. 연하장애를 가진 사람은 장애인복지법의 장애인의 정의 기준으로 보아 장애인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연하장애로 인해 식이 섭취에 상당한 제한이 있고 동시에 사회 활동과 참여에 제약을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법의 제 2조 2항에 의하여 우리나라에서 국가 장애를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의 두 대분류로 나누고, 신체적 장애는 다시 외부 신체기능의 장애와 내부 장기의 장애로 두가지 중분류를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아직 연하장애는 장애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는 실정이다. 연하장애와 관련이 높은 언어장애와 안면장애는 외부 신체기능의 장애 중 하나의 소분류에 속해 있으며 약한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호흡기장애는 내부 장기의 장애 중 하나의 소분류에 속해 있다.
국민연금의 장애심사 규정에 의하면 연하장애는 제3절 입의 장애에 속해 있다. 연하장애가 심한 정도에 따라 세가지 등급으로 분류하였다. 음식물을 전혀 삼키지 못해 연하기능을 상실하여 관급식을 하는 경우를 2급3호, 액체/미음이 흡인이 있거나 씹지 못해 비경구 보충이 필요하여 연하기능에 현저한 장애를 남긴 경우 3급3호, 고형식을 씹지 못하여 섭취제한이 있거나 액체물이 흡인이 있어 연하기능에 중등도 장애를 남긴 경우는 4급3호로 정하였다.
공무원재해보상법 시행규칙 제9조2항 4조는 입의 장해를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규칙 별표 2 장해등급 결정을 위한 세부 판정기준은 입의 장해를 말하는 기능의 장해와 씹는 기능의 장해, 치아의 장해, 기타의 4가지로 분류하였고, 이 중 연하장해와 관련이 있는 항목은 씹는 기능의 장해와 치아의 장해이다. 씹는 기능의 장해는 심한 정도에 따라 3단계로 정하였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의 별표 5 신체부위별 장해등급 판정에 관한 세부기준에서 연하장애를 4항 입의 장해 부분에 규정하고 있다. 씹는 기능의 장애를 음식섭취정도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생명보험, 질병보험, 상해보험의 통합 장해분류기준에는 제4항에 씹어먹거나 말하는 장해 항목에서 심한 정도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심한 장해, 뚜렷한 장해, 약간의 장해의 3단계를 구분하고 있는데 개구운동 제한, 저작운동 제한, 연하기능검사(비디오 투시검사) 소견 등이 주요 판단 기준으로 정해져 있다. 그 외 신경계 정신행동 장해 항목에서 신경계 및 정신계의 이상으로 인하여 일상생활 기본동작에 제한을 남기는 경우를 지급율 10~100까지 산정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일상생활 기본동작 제한 평가 분야 중 하나로 음식물 섭취의 제한이 포함되어 있어 삼킴장애를 부분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되어있다.
대한의학회에서 발간한 장애평가기준에는 제3장 청각, 후작 및 평형관련 장애 분야의 제 3절에 저작 및 연하 장애 항목이 있다. 저작 및 연하의 두 기능의 장애로 분류하였고, 장애 정도의 기준은 음식물의 섭취 가능정도를 반고형식, 연식, 유동식, 관급식의 네 단계로 정하여 전신장애율로 산정하였다. 또한 모든 연하장애의 평가는 비디오 투시 연하검사, 내시경적 연하기능평가, 식도조영술에서 객관적으로 장애를 확인하도록 하였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연하장애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국가 장애인 등록체계의 장애 항목에 포함이 되지 않고 있다. 이와 다르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포함한 연금제도의 보상기준과 산업재해보상보험과 민간보험사의 보상기준,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에 연하장애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연금 및 보험 제도 및 장애평가기준에서 연하장애를 장애의 한 항목으로 포함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연하장애가 국가 장애인 제도에서 한 항목으로 포함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다.
연하장애는 흡인성 폐렴, 영양실조, 탈수 등의 의학적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흡인성 폐렴은 노인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반복적인 재원 및 의료비 지출을 초래한다. 통계청의 '2024년 사망원인통계(2025년 2월 26일)'에 의하면 2023년의 주요 사망원인은 암, 심장 질환, 폐렴 순으로 폐렴이 3위에 해당하였다. 폐렴의 상당 부분이 흡인성 폐렴일 수 있고, 흡인성 폐렴의 많은 수가 연하장애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국가차원의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연하장애는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국가차원의 보건의료 부담과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연하장애의 사회적 측면을 보면, 연하장애를 가진 사람은 가족 및 타인과의 식사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반복되는 식사 시 기침과 흡인에 대한 두려움, 섭식 제한으로 우울증과 사회적 고립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연하장애 환자의 삶의 질은 현저히 저하되면, 가족의 돌봄 부담 또한 크게 가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제도하에서는 재활치료, 식이중재, 보조치료기기 사용 등 필수적 관리가 본인 부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 장기적인 치료 지속서에 한계가 존재한다. 2001년도 세계보건기구가 제안한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의 장애와 건강의 개념을 보면, 장애의 정의를 의료적, 사회적, 환경적 요소를 모두 고려하는 포괄적인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하장애에 의한 신체기능 제한과 사회활동 참여의 제한은 연하장애를 국가 장애인 제도의 장애 항목으로 포함시킬 수 있는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노령사회가 되어가고 있고, 이로 인해 뇌혈관질환, 치매, 파킨슨병, 근감소증 등의 연하장애 원인질환이 늘고 있다. 바야흐로 연하장애는 특정 소수 환자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고령화 사회에서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보편적 건강 문제이다. 따라서 연하장애를 국가 장애등록체계의 한 항목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국민의 권익 보장, 사회적 비용 절감, 국가 보건의료 체계의 합리적 윤영을 위해 필요적이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초고령화 시대를 고려할 때, 연하장애에 대한 제도적 인정과 지원은 국민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미룰 수 없는 과제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