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S 기획 특집 | 장애가 있어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

세계 여러 나라의 연하장애에 대한

장애인 등록과 사회제도 지원 체계

대한연하장애학회

세계 여러 나라의 연하장애에 대한
장애인 등록과 사회제도 지원 체계

박정윤 교수 | 울산대학교 임상전문간호학

연하장애는 음식이나 액체가 구강에서 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 중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모든 상태로 식도로 이동해야 하는 음식이 기도로 유입되거나 코로 역류 하는 경우, 인두에 잔류하며 채이는 등의 심각한 장애이다. 따라서 안전하게 삼킬수 있게 음식의 형태를 변형하여 일정한 농도로 갈아서 먹거나, 점도증진제를 넣어 이동 속도를 늦추는 등의 보상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아주 중증의 경우에는 입으로 어떠한 음식도 삼킬 수 없기 때문에 튜브를 통해서만 (위장관, 코위영양관, 구강식도관등) 영양을 공급해야만 한다.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식욕 감퇴, 탈수, 영양불량, 체중 감소를 초래하여, 이는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입으로 먹는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가장 원초적인 기능조차 수행할 없는 본인의 건강상태를 생명유지와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여 우울감 뿐 아니라 사회 활동및 참여의 제약과 심리적 고립감을 갖게 하여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연하장애는 단순한 신체적 불편함이 아닌 생명과 직결되는 공중 보건 및 안전 문제로 인식되어야 하며, 체계적인 사회적 지원이 매우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연하장애를 독립적인 장애 유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삼킴 기능 자체를 주된 평가 기준으로 삼기보다 뇌병변 장애, 언어 장애 등 연하곤란을 야기하는 원인 질환의 부수적 증상으로 간주해 관리하고 있다. 이는 연하곤란자가 장애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원인 질환에 대해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지속적인 치료를 받은 후 장애가 고착되었다는 판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연하장애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시스템이 부족하고, 특수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지원 규정이 부재한 국내 사회제도 지원체계의 한계를 보여준다. 반면, 서구 선진국과 아사아 국가에서는 이미 연하장애를 장애로 인정하고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원고는 여러 국가의 연하장애 장애인 등록과 사회제도 지원 체계를 살펴 봄으로써, 국내 실정에 맞는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1. 미국

미국은 미국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을 통해 장애를 특정 질병이나 손상보다 주요 생활 활동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연하장애 자체를 특정 장애 유형으로 분류하기 보다 연하장애가 일상생활 및 노동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며, 기능적 기준을 중요하게 여긴다. 실질적 소득 활동(Substantial Gainful Activity, SGA)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장애를 판정하는 핵심 기준이며, 의학적 소견뿐 아니라 직업, 교육수준,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인 노동 능력을 평가한다. 의료 지원으로 메디케어(Medicare) 및 메디케이드(Medicaid)를 통해 진단, 치료, 언어치료사(Speech-Language Pathologist, SLP)의 재활 치료 비용을 지원하며, 교육 및 직업 지원으로 연하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한 개별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직업 재활 서비스 및 고용 환경에서의 합리적인 편의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2. 영국

영국은 연하장애를 삼킴 기능 장애(swallowing disability)로 규정하고, 평등법(Equality Act 2010)을 통해 장애로 인정하고 있다. '기능적 어려움'을 기준으로 지원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연하곤란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입증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가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 중심으로 연하곤란에 대한 의료적 지원이 이루어지며, 장애 관련 복지 혜택은 별도로 신청한다. 연하곤란이 있는 경우 주치의(GP)의 진료를 통해 SLT나 영양사에게 연계된다. NHS 소속 언어치료사(SLT)는 삼키기 능력 평가와 함께 식이 조절에 대한 상담 및 가정 방문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며, 삼키기 쉬운 식단 개발 및 영양 상담을 지원하며, 특수 식기, 연하 보조제 등 연하장애 보조기구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거나 무료로 대여한다. 연하곤란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개인 독립 지원금(Personal Independence Payment, PIP)'과 같은 복지 수당을 신청할 수 있다.

3. 캐나다

캐나다는 주정부별로 복지 시스템이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 의료 보장 제도를 통해 연하장애 관리를 지원한다. 연하곤란을 포함한 식사 관련 어려움은 장애 세금 공제(Disability Tax Credit, DTC) 자격 요건에 해당될 수 있다. 연하곤란(feeding impairments)이 '심각하고, 장기간(최소 12개월 연속) 지속되며,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해당되며, 단순히 진단명이 아닌, 기능적인 어려움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식사를 준비하거나 스스로 식사하는 데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나, 영양 튜브에 의존하는 경우 등이 포함될 수 있다. DTC 자격이 인정되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등록된 장애인 저축 계획(Registered Disability Savings Plan, RDSP)'과 같은 다른 복지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온타리오주 장애 지원 프로그램(Ontario Disability Support Program, ODSP)'을 통해 연하곤란을 포함한 장애인에게 재정 지원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인해 소득 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연하곤란으로 인해 직업 활동에 지장을 받는 경우,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조기구 프로그램(ADP)을 운영하여 연하장애인에게 필요한 보조기구를 지원한다. 언어치료사(SLP)의 진단 및 치료가 공공 의료 시스템에 포함되어 있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적은 편이며, 삼킴 보조기구, 특수 식기 등 연하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보조기구 비용을 주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4. 일본

연하곤란 자체를 직접적인 장애 유형으로 분류하기보다는, 개호보험(장기요양보험) 제도를 통해 관리하고 지원한다. 65세 이상 노인이 연하곤란으로 인해 요양이 필요한 경우, 개호보험 등급을 받아 '연하식' 제공, '섭식 기능 요법'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섭식 기능 요법'이라는 치료가 건강보험에 포함되어 있으며, 언어치료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치과 위생사 등 다양한 의료 전문가가 팀을 이루어 치료를 제공한다. 병원이나 요양 시설에서는 연하곤란 환자를 위한 '연하식(嚥下食)'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며, 입소자의 기호에 맞춘 식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킴 기능 재활을 위한 전문 치료사 방문 서비스, 식사 보조, 영양 상담 등을 개호보험을 통해 지원하고 있으며, '개호식품(介護食品)'이라는 이름으로 삼키기 편한 식품을 개발하고 판매하여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5. 대만

대만은 장애등급제를 통해 연하장애인을 위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의사의 진단뿐만 아니라, 기능, 활동 능력, 환경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팀 평가를 거쳐 장애인 자격을 부여하며, 연하곤란은 뇌졸중 등 다른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뇌병변 장애 등 관련 장애 유형으로 등록된다. 이처럼 특정 질병으로 인한 삼킴 기능 장애가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장애인 등록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으로 등록되면 의료비 지원, 재활 서비스 이용, 보조기기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으며, 장기 요양 시설에 입소하거나 방문 간호 등 다양한 사회 복지 서비스가 제공된다. 재활 치료, 언어치료 등의 의료비용을 지원하며, 관련 약품이나 보조기구 구입 시 보조금을 지급한다. 장애인 등록 시 교통비, 교육 지원 등 사회 참여를 위한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제도 현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먹는다’ 라는 행위는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활동이며, 삼키는 기능의 손상 정도에 따라 음식 형태, 영양공급의 방법, 식사 장소, 비용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환경적 및 사회적 수준에서 다양한 지원을 필요로 하게 된다. 따라서 세계 여러 나라의 장애인 판정은 기능 중심에서 등급, 이를 결합한 이원적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단순히 질병명이나 신체적 손상에 국한하지 않고, 개인의 기능적 제한과 사회적 참여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사회제도 지원체계는 개인의 기능적 수준에 따라 지원을 결정하고 있으며, 맞춤형 재활치료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장애인 제도에서는 연하장애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독립적인 장애 유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해 관련 학회와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정책적 기반이 필요하다. 해외 주요국의 선진 사례를 본보기로 연하장애자들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사회제도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