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연하장애학회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의료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AI라는 개념이 처음 제시된 이후, 1972년 감염병 진단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규칙기반 전문가 시스템 MYCIN이 등장하면서부터다. MYCIN은 임상 현장에 실제로 도입되지는 못했지만, 이후 AI가 전문가 시스템에서 기계학습, 다시 인공신경망 기반의 딥러닝을 단계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출발점이 되었다. 2012년 이미지 인식 국제대회 ILSVRC에서 딥러닝 모델 알렉스넷이 압도적 성능으로 우승하면서 의료영상 분석 분야에서도 딥러닝 활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대중에게 AI의 잠재력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임상 의사결정 지원과 영상판독을 중심으로 AI 의료기기 개발이 이어졌으며, 2022년 생성형 AI 모델의 등장 이후에는 의무기록 작성 지원, 의료영상 판독, 음성인식 진료지원 등으로 그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영상·텍스트·생체신호 등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통합하는 멀티모달 AI로 방향이 이동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국가 전략 차원에서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의료 AI 관련 국가 연구개발 과제와 도입률 제고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연하장애 진단과 관리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연하장애와 AI를 접목한 연구는 크게 두 갈래로 발전해 왔다. 하나는 청진기나 마이크를 이용해 삼킴 소리와 진동 신호를 분석하는 연구로, 2010년대 초중반부터 지지벡터머신(SVM) 등 전통적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해 정상 삼킴음과 이상 삼킴음을 구분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이후 2020년을 전후해 심층신경망을 이용한 삼킴음 자동 분절 및 분류 연구가 발표되며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었고, 최근에는 일상 대화 음성만으로 연하장애를 선별하려는 연구까지 등장했다. 다른 한 갈래는 비디오투시연하검사(VFSS) 영상을 딥러닝으로 분석하는 연구로, 설골 움직임 추적, 인두기 자동 검출, 흡인·침습 자동 판별 등을 목표로 발전해 왔다. 2025년 발표된 한 리뷰는 2000년대 이후 연하장애 관련 AI 논문 61편을 분석한 결과, 검사 방법으로는 VFSS가 가장 많이 활용되었고 알고리즘으로는 딥러닝의 비중이 가장 컸다고 보고했다.
VFSS 영상 분석 분야에서는 설골(hyoid bone)의 위치를 프레임별로 자동 추적하는 연구가 초기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국내 연구팀은 약 7만 프레임 규모의 데이터로 딥러닝 기반 분할 신경망을 학습시켜 사람의 개입 없이 설골 움직임 전체를 추적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를 발판으로 흡인과 침습을 자동 판별하는 연구도 이어졌는데, 한 연구팀은 3D 비디오 행동 인식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VFSS 영상 내 후두 침습(PAS 2점 이상)을 자동 감지하는 AI 모델을 개발하여, 이후 약 1,023명 환자의 영상으로 모델을 검증해 환자 단위에서도 높은 판별 성능을 보고했다. 이보다 앞서 물체탐지 신경망(SSD 등)으로 설골 위치만 검출하는 연구가 시도되었으나, 정지 영상 중심의 접근이라 삼킴 동작 전체의 흐름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3차원 합성곱 신경망으로 인두기 전체 구간을 분석하는 방법도 함께 발표되었다. 아울러 이러한 자동 판별 모델과 사람 판독자 간 신뢰도를 비교한 연구, YOLOv7 계열 실시간 객체탐지 모델을 적용해 웹 서비스 형태로 구현한 국내 연구 등 실제 임상 적용을 염두에 둔 후속 연구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2025년 발표된 종합 리뷰는 설골 추적, 음식덩이(bolus) 분할, 흡인 검출 등 개별 요소 기술은 상당히 성숙했지만, 검사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엔드투엔드 분석 도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음성 및 삼킴음 기반 연구는 비침습적이라는 장점 덕분에 선별검사 도구로서의 가능성에 주목받아 왔다. 경부 청진(cervical auscultation)으로 얻은 삼킴음에서 스펙트럴 크레스트, 영교차율 등 음향학적 특징을 추출해 랜덤포레스트나 SVM으로 정상·이상 삼킴을 구분하는 연구들이 대표적이며, 이 방식은 상대적으로 적은 데이터로도 준수한 분류 성능을 보고해 왔다. 이후 고해상도 경부 청진 신호와 심층신경망을 결합해 삼킴 구간을 실시간으로 자동 검출하는 연구가 발표되어 95% 이상의 검출 정확도를 보고했으며, VFSS와 동기화된 임상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삼킴음을 자동 검출하는 앙상블 학습 모델도 제시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목에 부착하는 센서 없이 일상 대화 음성만을 음절 단위로 분석해 연하장애 여부를 판별하는 딥러닝 모델이 발표되어, 특수 장비 없이도 일상 환경에서 조기 선별이 가능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성과가 실제 상업적 제품으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없다. 국내에서는 VFSS 영상을 실시간에 가깝게 분석해 결과를 제공하는 웹 기반 서비스가 시험적으로 개발되었고,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주관하는 약 145억 원 규모의 국책과제를 통해 AI가 생체신호를 분석해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연계하는 웨어러블 플랫폼 개발이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추진되고 있으나, 이들은 대부분 임상 검증과 의료기기 인허가를 앞둔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외에서는 삼킴 재활 훈련을 관리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전기자극 기반 연하장애 치료기기가 FDA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 다수는 AI 분석보다는 훈련관리·전기치료 중심의 기술이며, 전자청진기를 이용한 삼킴음 계측 연구도 진행 중이나 아직 연하장애 진단 전용으로 상용화된 것은 아니다. 즉 현재는 VFSS 영상이나 음성 신호를 학습기반으로 자동 분석하는 기술 자체는 상당히 무르익었지만, 이를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받은 완결된 상업 제품으로 만드는 단계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AI는 의료 전반에서 진단 보조와 워크플로 효율화라는 역할을 넘어, 연하장애 영역에서도 VFSS 영상 판독의 객관화와 음성·삼킴음 기반 비침습적 선별이라는 두 축으로 빠르게 발전해 왔다. 설골 추적, 침습·흡인 자동판별 등 개별 요소 기술의 정확도는 이미 숙련된 임상가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 특수 장비 없이 일상 대화만으로 위험군을 선별하는 연구도 현실화되고 있다. 다만 아직은 단일 기관 데이터로 개발된 모델이 대부분이어서, 다기관 데이터를 이용한 외적 타당도 검증과 임상 워크플로 통합, 규제 인허가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향후에는 VFSS의 정량적 판독과 음성 기반 선별검사, 웨어러블 생체신호 모니터링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 멀티모달 AI가 등장해, 병원 내 정밀 진단부터 재가 환자의 일상적 조기 발견과 재활 모니터링까지 아우르는 연속적인 진단·관리 체계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