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조대연
인재육성의 책임은 HRD 기능을 담당하는 연수원 뿐만 아니라 현장의 리더와 함께 공유해야 한다. 최근 HRD에서 리더십 이슈가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리더십은 HRD보다는 HRM 영역에서 가장 큰 이슈였다. 그러나 2016년 ATD에서 발표된 섹션의 요약집을 분석한 결과 HRD관련 일반적인 용어들(예를 들면, HRD, training, development 등)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 단어가 Leadership이다(참고: 2위 Talent,3위 Change, 4위 Engagement, 5위 Business, 6위 Effectiveness). 이는 HRD와 HRM 사이에 관심사 및 영역의 교집합이 확대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17 다보스 포럼의 주제 또한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responsive & responsible leadership)'이다. 4차 산업혁명 가속화의 반대급부로 나타나는 좌절과 불안, 그리고 각종 시스템 간 경계의 붕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포용할 수 있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인재육성의 책임은 HRD의 주요 기능이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동료 및 구성원의 육성을 리더인 관리자들이 함께 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인재육성은 공식적으로 HRD와 함께 리더의 책무성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HRD 트렌드 중 하나는 social learning & informal learning으로 대변되는 workplace learning이었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인재육성의 기회를 조직 내 소수의 HRD담당자들이 모두 기획하고 관리하며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구성원들과 함께 매일 생활하며 이들에게 일터학습의 기회를 통해 육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agent는 바로 리더인 관리자들이다. 이때 HRD는 전사적 인재육성을 위한 모든 책무성을 갖기 보다는 리더가 인재육성의 첨병이 될 수 있도록 리더 양성에 힘을 쏟고 이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는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힘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HRD 담당자는 조직개발과 개인개발 차원에서 세 가지 관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리더 개인의 역량향상이다. John Maxwell은 저서 ‘리더십 불변의 법칙’에서 구성원의 수준은 리더의 수준을 초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터 내 구성원이 수행하는 직무의 대부분에 리더가 미치는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리더가 인재육성의 책무를 수행하기 전에 선행해야 할 것은 리더 본인의 역량 수준향상이다. HRD 담당자는 조직에서 요구하는 리더의 역할을 정의하고 필요 역량을 도출하여 일정 수준을 갖춘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 둘째, 리더가 인재육성 기회를 갖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리더의 필요 역량 중 육성능력은 훈련(Training) 한두 번으로 갖출 수 없다. 반복적이며 일관된 학습활동 장치마련이 필요한 이유이다. 사례 중심의 훈련, 일터에서 활용 후 주기적 점검 등의 형식학습(formal learning) 시스템과 리더 중심으로 노하우를 공유하는 무형식학습(informal learning) 솔루션이 필요하다. HRD 담당자는 리더가 학습내용을 현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솔루션을 제공하며, 점검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셋째, 인재육성이 조직문화로 정착하기 위한 프로그램 활용이다. 조직문화란 구성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명시해주는 비공식 지침이자 상호 약속된 공유가치와 규범이다. 조직문화의 주체가 리더인 만큼 인재육성이 일터 내 조직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팀 단위 조직개발 프로그램에 리더의 역할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에 더하여 HRD 담당자는 외부 벤치마킹, 내부 우수사례(Best Practise) 전파활동을 통해 조직의 핵심가치 실천 활동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한편, 최근에는 제3의 HRD 패러다임으로 구성원의 직무전문성과 함께 삶의 질, 행복이 강조되고 있다. 직무전문성은 전통적으로 HRD 영역에서 주요 관심사였다. 여기에 더하여 구성원의 삶의 질과 행복까지도 HRD에서 주목해야 한다면 이는 일터 내 리더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6년 ATD 기조강연자로 나선 Simon Sinek은 리더란 우리를 보호하는 사람이며 리더십은 누군가를 보호할 줄 아는 것이라고 하였다.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4가지 화학물질인 엔도르핀, 도파민, 세로토닌 그리고 옥시토신 중 앞의 두 개는 개인이, 뒤의 두 개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은 사회활동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즉 개인적인 동기부여에 더하여 사회적 동기부여와 사회적 지지가 더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리더이고 리더십의 중요한 항목이라 하겠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직장인 행복연구’(2013)를 보면, 직장인 행복에 직무관련 요인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 직장생활 내 관계 측면에서 ‘조직/상사 지원’의 영향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상사 지원’ 항목 점수가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상사의 지원이 직원의 행복에 중요한 변수임에도 현재 수준은 매우 부족한 실정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일터(workplace)에서 구성원들의 삶의 질과 행복에는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 Hodson(2001)이 제안한 일터의 품격(Dignity at Work)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일터의 품격이란 일의 의미와 성과추구를 포괄하는 확장된 개념으로써 조직과 구성원 간 상호이익을 강조하는 관점이다. 즉 조직 구성원은 의미 있는 일에 몰입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자존감과 보상을 얻고 조직은 처우와 환경, 일하는 방식, 문화를 개선함으로써 창의성과 자율성의 발휘를 촉진하여 높은 성과를 얻는 것을 진정한 의미의 품격으로 보고 있다.

HRD 전통영역인 인재육성뿐 만 아니라 구성원의 삶의 질까지 확장된 패러다임에서도 그 중심에는 일터의 리더가 있다. HRD 담당자는 시스템과 솔루션을, 일터의 리더는 활동의 주체로서 주도적이고 지속적인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육성을 통해 성장한 구성원은 양적인 성과로 보답을 할 것이며 나아가 구성원은 일의 의미와 자존감을 획득하여 일터 내에서 진정한 행복감을 갖는 질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직문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HRD 담당자와 현장 관리자가 협력하고 지원하며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면 조직이 원하는 양적 성과와 구성원이 만족하는 삶의 질적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삼성경제연구소(2013). 직장인의 행복에 관한 연구. 서울: 삼성경제연구소.
Hodson, R. (2001). Dignity at w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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