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현초등학교 수석교사 주경숙
 


무엇인가 새롭게 할 때는 언제나 설렌다. 작은 일이거나 짧은 시간이라도 상관없다. 그건 아마도 또 다른 에너지가 몸과 마음을 깨우는 탓일 것이다.
평상시보다 한 시간쯤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섰다. 어슴푸레한 아침 공기가 뺨을 시리게 하고, 일상의 시작으로 분주한 발걸음들은 옷자락을 스치고 모른 채 지나갔다. 달리는 기차에서 내다본 풍경은 아직 쨍한 겨울이었다. 하얗게 언 밤이슬 방울들은 나뭇잎마다, 마른 풀잎마다, 비닐하우스 지붕마다, 논에 남겨진 벼 밑동마다 소복소복했다. 꿈길처럼 도착한 동대구역, 그리고 지하철과 잠시 몸을 실은 셔틀버스는 금방 중앙교육연수원의 연수생으로 나를 실어다줬다.

연수안내에 이어 입교식이 있은 후 곧바로 연수는 시작되었다. 교육부 학교정책실장님은 ‘수석교사의 역할 및 비전’에서 초・중등교육정책과 관련지어 수석교사제의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하셨다. 2017년 교육부의 학교정책 추진 방향은 자유학기제로 학교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고, 핵심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이러한 공교육 기반조성을 발판삼아 교육개혁과제를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하여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미래를 대비한 적극적인 교육정책 실현으로 창의인재강국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상위 5%의 인재들이 교직에 몸담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어느 교육학자의 말을 배반하지 않으려면 교사는 지식전달자에서 학습촉진자로의 역할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일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교원이 수석교사가 아닐까 반문해본다. 수업전문성을 가진 교사의 진출경로가 없는, 관리직 중심의 학교문화는 교수직 중심의 자격과 경로 신설로 수업전문성을 존중하고, 관리직으로의 과한 경쟁을 완화하는 수석교사 제도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을 교육하며, 동료교사의 수업과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수석교사의 역할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제도가 개선되어 수석교사의 별도정원 확보, 연구 활동비 개선으로 안정적인 직무 여건이 조성되어야 하고 학교현장의 인식제고, 전문성 강화, 역할 확대 등이 추진되어야 함을 공감했다. 또 희망을 짊어지는 수석교사로 작은 씨앗을 움켜쥔다.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배경으로 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 사회의 인재상과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자기관리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역량, 심미적 감성역량, 창의적 사고역량, 지식정보처리역량을 길러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데 수석교사의 역할을 제대로 실천해야함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수업모형의 이해와 수업컨설팅의 실제, 수업분석기법의 이해와 수업컨설팅의 실제는 실습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수업설계에서의 다양한 기법과 그에 맞는 실습은 연수받는 수석교사들이 5명씩 모둠을 구성하여 토의・토론하며 수업을 설계했다. 수업일관성분석을 통한 수업기법 이해에서는 효과적인 수업목표달성을 위해 수업목표, 수업내용, 학습자, 수업방법, 수업매체, 수업평가 간에 유기적 통합이 되도록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해야함을 수업장면에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며 조율하는 수석선생님들의 모습은 매순간 긍정적이고 돋보였다. 다양한 평가기법의 실제와 수업행동분석기법은 수석교사로서 좀 더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서로 공유하고 소통할 필요를 느꼈다.
역할극으로 수석교사의 현실과 스스로 제시하는 방향을 함께 보면서 눈물이 흐르도록 공감하면서 웃을 수 있었다. 행복한 조직문화를 위한 의사소통방법은 ‘서로 다가가는 대화’에 있음을 다시금 되새겼다. ‘남의 일처럼 여겨지던 일들이 하나하나 자기 일이 되어가는 과정이 인생’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꽂히던 인문학 특강도 우리 교육의 현실을 자신의 일로 여기는 수석선생님들의 열정에 녹아들었다.

연수원의 기숙사에 묵을 수 없어서 셔틀버스로 제법 긴 시간을 출퇴근해야했지만 새로 지어진 건물들로 가득한 혁신도시에서 나와 대구광역시의 밤을 즐기는 기분도 새로움이었다. 맛있는 연수원 식사와 호텔 조식 때문에 모두들 체중이 늘겠다며 걱정하면서도 사과와 딸기가 간식으로 나오면 말끔히 먹는 건강함을 보여주었다. 와인, 시, 순수를 마시라는 보들레르의 말처럼 소통하기 위한 와인 매너는 익숙하지 않지만 관심 있어 배우고 싶은 분야였다. 학년도의 막바지, 마음도 몸도 덩달아 바쁜 중에 이루어진 연수과정이었지만 중앙교육연수원의 담당자분들의 세심한 배려와 친절에 지면을 빌려 한 번 더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2017년 수석교사 수업컨설팅 역량과정 1기는 이제 마무리되었다. 여름방학에 개설될 대규모 연수과정에 핵심요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짐이 있지만 희망이라는 짐도 함께 짊어지려고 한다. 우리 교육의 중심에 수석교사가 우뚝 서서 전문성과 열정을 가지고 교육활동에 앞장설 때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미래를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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