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실학유물 소개

김형섭(실학박물관 학예연구사)

월령가 표지
 

매달마다 농가의 모습을 읊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19세기 19th 정학유丁學游

정약용丁若鏞은 유배시절 아들에게 농서에 대한 편찬을 주문하였다. 선비가 직접 농사지어 자신이 쓰고 남은 것을 시장에 내다 팔아도 흠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직접 농사경험을 바탕으로 농서를 짓고 시문도 남긴다면 이것이 선비의 참 농사라고 강조하였다. 아버지의 가르침에 부응하여 큰 아들인 정학연丁學淵은 『종축회통種畜會通』을 지었고, 작은 아들 정학유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를 지었다. 「종축회통」은 국내외 역대 농서에서 자신의 농사에 필요한 것만을 모아 엮을 것이고, <농가월령가>는 정학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농사와 풍습을 읊은 월령체 가사이다.

<농가월령가>는 농사를 직접 짓는 사람의 체험의 의해 지은 농촌의 사계절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휘는 쉬운 일상어이며, 절기의 묘사도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에 실감나도록 쓰고 있다. 농사를 짓고 생활하는 농민의 일상을 월별로 자세히 설명해주는 한편, 민간의 풍속이나 미신에 관해서는 절제하고 있어 농촌의 안정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 작품에는 농사와 관련된 용어들도 많다. ‘밀대’·‘모맥麰麥’·‘점금벼’·‘사발벼’는 농작물이고, ‘더운갈이’와 ‘추경秋耕’은 농사법에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전통시대 농촌 문화와 농경생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농가월령가>는 유배시절 자식들에게 목축, 농업, 축산 등의 중요성을 가르친 다산의 가르침 속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