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KSIC

스탠포드대학교 Falk 심장혈관연구소 연수를 다녀와서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편욱범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과정을 거쳐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계획하겠지만 필자의 늦은 연수에도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었고 막상 연수를 떠날 땐 내게 주어진 상황과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애매한 타협을 필요로 했다. 그렇게 2014년 2월 마지막 주 월요일 저녁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지난 몇 개월의 연수 준비를 떠 올리며 걱정과 기대의 10여시간 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긴 비행의 피곤함과 이사를 하다시피 한 엄청난 짐, 걱정보다는 쉬웠던 입국, 옷을 넣을 가방이 부족해 기온에 비해 두터운 옷을 입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 속에 우리 4명의 가족은 미국에서의 연수가 시작되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속 시원히 물어볼 사람이 없는 공항에서 마중 나온 윤영남 선생님을 만나 우리가 머무를 팔로알토로 향하는101 고속도로를 달리며 열심히 introduction을 해주는 정보에 귀 기울이고 있지만 내 지친 눈은 창문 밖의 새로운 세상을 호기심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입주하기 어려워 운이 좋았다는 스탠포드 웨스트 아파트에 한국에서 가져온 짐을 올리고 우리병원 소아과 조수진 선생님께 구입한 자동차와 신도 감탄할 팔로알토 정착메모, 그리고 바로 생활이 가능한 살림살이에 첫 날 밥도 못 해 먹고 걸어서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는 이전의 수기는 적어도 나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지금도 두 분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피곤함도 잊은 채 도착 7시간만에 Costco에 차를 몰고 가서 약간 흥분된 상태에서 엄청난 쇼핑을 하고 넓은 거실에 쌓아두고는 우리 모두 흐뭇해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긴 첫 하루는 한국에서 일어나 팔로알토에서 잠자리에 들면서 끝이 났다.

  시차로 이른 아침에 일어나 푸르름이 구름을 이겨낸 듯 맑은 하늘을 위로하고 아파트를 걷자니 거의 개방되어 있는 집들 사이로 여기저기서 영어가 들리고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내게 아침인사를 하는 걸 보면서 미국에 있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일주일은 누구든지 하는 경험으로 지나갔다.

  Falk 심장혈관연구소! 이전에도 몇 번 와 봤지만 신분증을 받아 달고 들어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Superviser인 Alan Yeung, Fumiaki Ikeno 교수님을 만나고 비서들과 인사를 하고 조그만 책상을 배정받고 동물실험에 가장 중요한(?) assitant인 Alfredo가 동물 마취를 하는데 같이 가지고 해 태어나 처음으로 돼지를 만나 만지고, 들고 하였다. 이전엔 주로 작은 쥐와 토끼로 실험을 해 어느 정도 괜찮을 꺼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크고 우리가 뭘 하려는지 아는 듯 마취주사를 거부하며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는 동물을 대하면서 앞으로의 시간이 두려워졌다. 하지만 필자의 그런 걱정을 아는 듯 맹수(?)를 강아지 다루듯이 마취를 하고 침대에 올려놓는 사람들을 보면서 약간의 안심을 할 수 있었다. 혈관조영장비, MRI, CT를 보면서 한국의 환자보다 미국의 돼지가 더 좋은 장비를 사용하는 걸 보고 놀라고 돼지가 내는 건 아니지만 장비사용에 엄청난 사용료를 내는 걸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스탠포드 대학교가 있는 팔로알토는 우리나라의 구보다도 작은 도시이지만 주위로 구글, 애플, 페이스북, 휴렛팩커드와 같은 회사들이 즐비하고 IT벤처만큼이나 바이오벤처들도 엄청나게 많아 Falk에서는 그들이 개발하는 약제와 기구들을 테스트하는 연구들이 유난히 많았다. 이런 경험으로 근처뿐 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연구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스탠포드 대학병원은 환자 진료보다는 연구에 치중하는 대학병원으로 인식이 되어있고 환자 진료면에서의 미국 병원 순위에서는 주위의 대학병원보다도 서열이 낮았다.

  새로운 세포주사 카테터, 60 mHz IVUS 카테터, 경피적 승모판 판막치환술, 심부전증에서의 세포치료, 심근경색증에서의 저온요법, 새로운 신장신경차단술, 새로운 MRI 조영제 우선 기억나는 실험들이지만 그 외에도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동안 중재시술관련 학회에 가서 새로운 이슈가 없다고 불평이 섞인 평가를 쉽게 내렸던 것에 대해 무지의 소치임을 깨달았다. 의학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발하여 더 나아지고 새로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게 많은 말 그대로 석학들이 엄청난 양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개발하고 연구하는 일선을 보고 ‘우물 안 개구리’ 였던 내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이런 노력 중 극히 일부가 학회에 발표되고 있으니 나와 같은 많은 임상의사들이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다음 중재시술학회에서 이런 노력들 중 일부나마 알릴 수 있는 시간이 논의된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메르스를 우려하는 아래 사진에 나오는 동료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귀국하여 시술, 협진, 강의, 회의, 모임과 같은 일상을 보내면서 병원에 있지만 언뜻언뜻 팔로알토의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스티브 잡스가 주로 방문했다는 스시집, 전통과 권위가 느껴지는 같은 색깔의 대학 건물, 수줍은 돼지의 커다란 눈, 대학병원 구내식당의 피자가 그립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곳에서 연수할 기회를 주선해 주신 장양수 교수님과 최동훈 교수님에게 감사 드립니다.

 
스탠포드대학교 Falk 심장혈관연구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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