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맛이 왜 다를까?”
어느덧 10년 전 어느 날이었다. 마트에서 사다 먹는 상추 맛이 내 기억 속의 어릴 적 그 맛과 다름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상추 보관 기간이 냉장고 안에서조차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느끼면서 막연히 유기농업을 생각하게 되었다. 농사법에 관심을 갖다 보니 일본의 기적의 사과라는 유튜브도 보게 되었고, 자연 농업, 친환경 농법, 자닮 농법, 무 투입 농법 등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농사 방법에 관한 단어들도 접하게 되었다.
처음 텃밭 농사의 시작은 흉내 내기일 수밖에 없어서 이웃 농가들이 하는 것을 귀동냥, 눈 동냥 하면서 집에서 먹을 야채류와 옥수수를 재배하였다. 처음 텃밭 농사를 시작할 때는 무농약, 무 화학 비료 재배를 기본으로 하면서 최소한의 유기물 투입만 허락하였다. 의외로 수확물을 얻을 수 있었고, 스스로 재배하였다는 만족감에 맛도 다르게 느껴지는 듯했다. 이윽고 그다음 텃밭 농사 또 그다음 농사가 진행될수록 작물의 성장이 더디어지고, 각종 벌레들이 내 텃밭으로 모두 몰려오고, 심지어 고라니들의 놀이터가 되어가면서 들인 노력에 비해 수확이 너무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서 텃밭 농사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즈음 스스로 농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재배 생리학, 식물 화학, 토양학, 곤충학, 식물 의학 등 다양한 농업 관련 학과들을 공부하면서 조금씩 농업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근본이 의사이다 보니 농학을 공부하면서 농사나 의료가 지향하는 목적이 같고, 식물이나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세포 내 화학적 구조가 거의 비슷한 것을 알게 되었다. 태어나고 자라고 죽고 부패하는 순환과정에서 자연의 작동을 돕고 현명하게 개입함으로써 개인과 사회를 유지시키는 것이 농사나 의료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수 천년동안 이어온 의료 및 농사 방법에 비약적인 변화가 찾아온 것은 르네상스 시기로 이때 근대 농업과 의학이 시작되었다. 의료와 농사 두 분야의 선구자들은 민간요법, 직감, 경험에 의존하는 것으로부터 관찰한 바를 실험하고 생명체의 체내 작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20세기 초중반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 개발된 군사기술들이 이후 농사와 의료 양쪽 모두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각종 기계와 화학제품이 발달하게 되면서 농작물 생산량이 급격하게 증가되어 기아와 가난을 줄이고,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후 백 년이 채 안된 지금, 작은 부분으로 쪼개고 또 쪼개서 건강 문제 및 농사 문제의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더 세분화된 개입이 더 많이 필요해지고, 더 많은 전문가가 필요해져서 결국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비용이 치솟게 될 것이다. 인류의 기아를 해결해 줄 것 같았던 농업의 발전이 기업형 농장에서 생산하는 각종 화학 약품의 사용과 GMO 작물이 넘쳐나면서 이제는 비만, 당뇨, 심장 질환 등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살균제나 살충제의 과다 사용은 또 다른 내성균들이 출현하는 동기가 되었으며 이들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토양 오염은 미생물이 풍부했던 이전 토양과는 완전히 다른 토양이 되어 영양소가 부족한 작물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겉모양은 같은데 속 내용(영양소)은 더 이상 예전 작물과 같지 않다.
농사든 의학이든 지속 가능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미 농업계 내에서는 생태농업 또는 홀리스틱 농업이라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농작물 속의 영양소를 고려하지 않고 수확량만 늘리려는 농사, 인간의 치유를 고려하지 않고 사람의 몸속에 발생한 질병만 치료하려고 하는 의료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