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1 No.3
KSIC Newsletter
Published by Korean Society of Interventional Cardiology

JULY 2025
People in KSIC

California UC Irvine Medical Center 연수를 다녀와서


이준원  |  연세의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남의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지던 해외연수였는데, 어느 순간 네비게이션 없이도 익숙하게 운전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아~! 이제 좀 익숙해진건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듭니다. 마치 그런 제 마음을 아는 듯 얼른 해외연수 후기를 작성해서 보내라고 연락이 옵니다. 오래전 연수를 다녀오셨던 모 교수님께서 자리 잡는데 6개월, 귀국 준비하느라 6개월이 걸린다고 하셨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그 고생길이 어렴풋이 느껴집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어 있을거라 굳게 믿었던 초유의 의정사태는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랍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1년의 연수를 허락해주신 기관과 심장내과 교수님들께 다시금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저는 미국 캘리포니아 UC Irvine medical center에서 1년간 연수 생활을 보냈습니다. 한국의 여러 선생님들이 다녀간 곳이기도 해서인지 Director인 Pranav M. Patel이 친절하게 대해주어서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Patel은 coronary intervention, Antonio Halais Frangieh는 structural heart disease intervention을 주로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Case volume은 한국보다 훨씬 적지만, 고위험군의 시술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넉넉한 인력과 시설, 장비가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특히 high-risk complex case가 기억에 남는데, impella를 미리 삽입해서 periprocedural hemodynamic support를 하고, shockwave로 calcium modification을 한 후에, 다양한 balloon과 imaging device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시술 내내 환자의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시술이 종료된 후 impella를 제거하고 puncture site를 closure device로 마무리한 후에 CCU로 이동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영술 검사 후에 무리하게 시술을 시도하지 않고, 수술을 적극 고려하는 모습도 우리와 다른 환경이었습니다. 이미 TAVI는 routine procedure로 자리를 잡았고, M-TEER 외에 Tricuspid valve disease에 대한 Tricuspid TEER, Tricuspid valve replacement도 종종 시행되었는데, echocardiographer와 시술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상의하면서 신중하게 시술을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진행했던 distal radial access 관련 연구의 초록이 TCT late-breaking clinical trial에 채택되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 것도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연수 후반부에는 다시 기운을 차리고, 몇 편의 논문도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right radial access가 routine으로 시행되고 있었는데, distal radial access에 대해 정리한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함께한 것도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를 한참 지나,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에 가까워지는 동안, 누구보다도 많이 흔들리고 방황했습니다. 질풍노도의 갱년기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적하게 산책도 해보고, 아파트 수영장 선베드에서 무엇 하나 급할 것 없이 꾸벅꾸벅 졸기도 하는 사치를 누리면서, 앞만 보고 달리며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 했던 한국의 심장내과 의사로서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일 년 동안 나름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는데,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며 건강하게 지내준 가족에게 다시금 고마움을 느낍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햇볕이 뜨겁고 더워도, 그늘에 있으면 시원하다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아~ 그러게?’하며 신기해 했습니다. 몇 주 이상 지속되는 구름 한 점, 비 한 방울 없는 새파란 하늘에 어이없어 하기도 했고, 이런 건조한 기후로 인해 발생한 무시무시한 화재를 경험하면서 자연의 힘에 압도 당하기도 했습니다.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끝없이 펼쳐진 해변가들, 놀이공원, 트레일이 주변에 널려있고, 하루 이틀의 숙박만 계획하면 가볼만한 national park도 많았습니다. 미국은 장 보려면 30분을 운전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아마존으로 주문을 하면 그날 저녁이나 다음날 문 앞에 배송이 되어 있었고, 주위에 한인마트를 비롯한 다양한 마트와 쇼핑센터들이 저의 카드를 무척 반겨주었습니다. 넘쳐나는 럭셔리카들, 1인 가구 연소득 10만 달러 이하는 캘리포니아에서 저소득층으로 분류될 것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나도 부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제 미국에서 1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동안 터득한 adaptation strategy와 crystallized intelligence를 이용해서, 즐겁고 슬기로운 한국의사 생활을 잘 계획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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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병원 정문에 있는 HEROES WORK HERE라는 문장을 보면서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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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Krystal Cove 해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녁 노을빛이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