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1 No.3
KSIC Newsletter
Published by Korean Society of Interventional Cardiology

JULY 2025
Welcome to KSIC : A Rookies's Journey Begins

폭싹 속았수다


전호성  |  연세의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안녕하세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에서 근무중인 전호성입니다. 저는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인턴, 전공의, 전임의 생활을 마치고, 현재 조교수로 근무중이며, 심혈관중재시술을 한지는 3년정도 되었습니다.

제목을 보고 궁금하셨을 것 같습니다. 심혈관중재학회에서 원고 제안을 받고, 컬럼 제목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도 했고,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동명의 드라마 제목이기도 하여 재미있겠다 싶어 인용해보았습니다. 저는 인기드라마의 경우 완결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몇 달 뒤 몰아보는 취미가 있어서, 뒷북이지만 최근에 이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처음 드라마 제목을 보고 “완전히 속았구나” 라는 뜻인 줄 알고 사기를 주제로 한 코미디 드라마인 줄 알았더니, 찾아보니 제주도 방언으로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는 뜻으로 감동의 드라마 더군요.

맞습니다. 저는 문자 그대로 “폭싹 속아서” 심장내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동기들이 그랬듯이 저도 힘든 전공의 생활을 보내면서 자연스레 보상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봉직의로서 취직에 유리한 분과를 염두하고 있었습니다. 본원의 경우 제가 치프 전공의 때에는 두 과를 각각 6개월씩 치프 전공의를 맡게 되는 시스템이었는데, 한 과는 꼭 하고 싶은 과를 정하고, 다른 한 과는 사다리를 타기로 동기들끼리 합의를 하였습니다. 저는 사실 소화기내과를 먼저 선택하였고, 다른 한 과는 남은 과 중에 내분비내과가 걸렸습니다. 그때 동기 한명은 신장내과를 먼저 선택하고, 남은 한 과는 심장내과가 걸렸습니다. 심장내과가 걸려버린 동기 한명이 울상이 되어 과 교환을 요청하였고, 다른 동기들과는 서로의 needs 가 맞지 않아 과 교환 협상은 결렬되었습니다. 저는 “감히 내과 분과 중 가장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심장내과를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한 번 도전해보자라는 생각과, 동기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서로의 sub(?) 과를 교환하게 되었습니다.

전반기에 돌았던 소화기내과도 재밌었지만, 후반기에 돌았던 심장내과를 돌면서 교수님들이 성공적으로 시술을 마치고 납복을 벗은 뒤 땀으로 범벅인 뒷모습을 보고 ‘멋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술 이후 드라마틱하게 회복이 되어 퇴원하는 환자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미 그때부터 심혈관중재시술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마음 한편에 담아두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심장내과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군의관으로 복무 중, 심장내과 교수님들의 지속적인 연락으로 심장학회를 몇 번 참석하면서 서서히 심장내과로 마음이 굳어졌고, 마침 본 투 비 심장내과만을 외치던 또 다른 동기의 “같이 하면 절대 힘들지 않아!!!” 라는 열렬한 구애에 ‘아뿔싸!’ 전역을 앞둔 마지막 연차에 소화기내과 대신 심장내과로 노선을 변경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심장내과를 택하고 자연스럽게 중재시술의사의 길로 갈 줄로 알았으나, 의외의 난관이 있었으니…

전임의 때 puncture와 diagnostic CAG까지 시행하는 게 주 업무였는데, 동기는 던지면 puncture를 성공하는, 소위 말하는 손이 아주 좋고 감각이 좋은 부류였다면, 저는 puncture도 잘 못하고 diagnostic catheter도 잘 못 거는 손이 안 좋은 부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왜 그걸로 고민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꽤 큰 고민이었고, 중재시술 파트에게는 ‘너가 찬 게 아니고 내가 찬 거야’ 라는 냉각기를 가지고, 잠시 심초음파 파트에 한눈을 팔기도 하였지만, ‘내가 무조건 잘못했어’ 라는 마음으로 중재시술 파트를 다시 붙잡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반전이 있는데요, 정작 손이 좋던 동기는 이번에도 “같이 하면 절대 힘들지 않아!!!”라고 외치며 중재시술파트를 할 것처럼 하더니 심초음파 파트를 선택하였고, 현재는 개원하여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심혈관중재시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의 노력과 실력이 곧 환자의 좋은 경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바꿔 얘기하면 나의 잘못된 판단이 환자의 나쁜 경과로 즉결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솔직한 분야가 어디 있을까요? 저는 이 부분이 심혈관중재시술의 헤어날 수 없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든 생각이 있습니다. ‘과연 내가 잘해서, 내가 열심히 해서 시술이 잘 끝난 건가?’ 라는 것입니다. 선배 교수님들께 조언을 구하고, 심혈관조영실 직원들과 환자의 시술 과정 중 활발한 논의를 통해 ‘아, 내가 잘해서 이 시술이 잘 끝난 게 아니구나’ 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심혈관중재시술 의사라는 한 개인의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팀으로써 협동을 했을 때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것이 이 분야의 또 다른 매력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긴 지면을 할애하여 저의 심혈관중재시술 의사가 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말씀드린 이유는, 어쩌면 이 글이 심장내과 전임의 선생님들만이 아니라, 현재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심장내과 지원을 한 번이라도 생각 해보았던 학생, 인턴, 전공의 선생님들도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저처럼 “폭싹 속아서” 심혈관중재시술 의사가 된 사람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는 환자, 보호자의 말을 듣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후배 심혈관중재시술 의사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h1_1.jpg

[사진1]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혈관조영실 식구들. 한 가운데가 저입니다.


h1_2.jpg

[사진 2] 지금은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내과 전공의 동기들. 가장 오른쪽 아래가 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