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대학교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장 이희수
요즘은 기계로 원두커피를 한꺼번에 많은 양을 내리기보다는 손수 드립 커피를 한 봉지씩 내려 마신다. 봉지에 조금씩 여러 차례 물을 방울방울 부어야 한다. 한 번에 왕창 부으면 커피 가루가 물과 함께 넘치게 된다. 드립 커피를 마시면서 2016년도 ATD(Association for Talent Development)에서 주목한 학습 모델을 주마간산 격으로 보았다. 널리 알려진 70:20:10 모델이 들어온다. 일명 ‘3Es의 모델’, ‘경험 교훈의 법칙’이라고 한다. 70은 경험(Experience: OJT 같은 현장 경험학습을 통해 새롭고 도전적인 경험, 성찰적 실천 문제 해결), 20은 노출(Exposure: 무형식학습 형태로서 공동체, 네트워크와 공유, 코칭과 멘토링, 피드백), 10은 교육(Education: 형식학습 형태로서
사전에 잘 구조화된 집합교육, 이러닝 과정과 프로그램)을 말한다. 흔히들 721 법칙이라 부른다. 70:20:10 모델은 형식에서 무형식으로, 교육장에서 일터로, 학습에서 실천을 지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 연수원도 과거 밀어붙이기식 학습(Push learning)에서 끌어당기기 학습(Pull learning)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2017년 5월 19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되는 ATD ICE(International Conference and Exposition) 참가자를 모집 중인 것을 보니 올해는 무슨 주제가 뜰지 자못 디브리핑이 궁금해진다. 오늘은 시계바늘을 돌려 2016년 5월 22일부터 25일까지 덴버에서 개최된 ATD 컨퍼런스에서 Michael Leimbach 박사가 Session SU205에서 발표한 ‘학습전이 가속화를 위한 리더십 개발에 대한 거꾸로 접근과 물방울 접근(Flip and Drip Approach to Leadership Development : Accelerating Learning Transfer)’를 디브리핑 하고자 한다. 가보지도 않고 구굴에서 검색하여 다운받아 본 파일을 읽고 디브리핑 하려니 좀 쑥스럽다. 여러분도 아직 읽지 않았으면 구굴에서 다운받아 저와 함께 드립 커피 한잔 내리는 여유를 갖고 학습여정을 떠날 것을 제안해본다. 글의 부제는 「Good to Great」에서 착안하여 진화적 의미에서 ‘Flip to Drip’으로 하겠다.
박근혜 정부 출범기에 교육부 평생직업교육분과 정책자문위원을 했을 때, 대강당서 들은 특별 강연 중의 하나가 ‘Flipped Learning’이었다. 그 후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거꾸로’ 열풍이 분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울산과학기술대학교가 2009년 개교 초부터 시작하여 2014년 3월에 KBS 1TV가 ‘KBS 파노라마-21세기 교육혁명, 미래교실을 찾아서 1편 거꾸로 교실의 마법', 2015년 ‘거꾸로 교실의 마법’ 4부작, 2016년 ‘배움은 놀이터’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거꾸로 교실’은 교육현장에 혁신과 확산을 가져왔다. 플립 러닝은 말 그대로 전통적 강의 수업과는 달리, 수업 시작 전에 먼저 ‘인터넷강의'의 형식으로 강의를 듣고, 교실에 와서는 동료 학생들과 과제를 해결한다. 플립 러닝의 한계인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따라 하기 바쁘다’는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진화적 맥락에서 ‘거꾸로 학습에서 물방울 학습’으로의 봄 소풍을 떠난다.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려면 누구를 인용하였는가를 알아봐야 한다. 저자인 Michael Leimbach 박사는 세 사람의 명언을 인용한다. 첫 번째가 Henry David Thoreau의 “중요한 것은 네가 뭘 보느냐가 아니라 실제 뭘 아느냐이다.”이다. 보는 것을 넘어서 실제 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두 번째는 널리 회자되는 W. Yeats의 명언이다. 옮겨보면 “학습은 물동이에 물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을 붙이는 것이다.” 세 번째가 John Seely Brown의 말로서 “우리는 지식의 저량(stocks)에서 유량(flows)으로 옮겨가고 있다.”슬라이드 중에 인상적인 장면은 전통적 학습 장면은 물줄기가 센 소방호수로 학습자를 샤워시키는 것이다. 소방호수의 물을 맞으면 날아갈 지경이다. 드립 러닝은 물방울 학습으로 파릇파릇한 모종을 모판에서 밭으로 이식하여 쓸려 내려가지 않게 물뿌리개로 조금씩 뿌리에까지 스며들게 물을 주는 것이다. 필자는 모판에서 키운 각종 모종을 밭에 이식할 때 충북 제천 사투리로 ‘무조루(물뿌리개)’로 천천히 반복적으로 뿌리 깊숙이 물과 흙이 스며들 게 물을 준 기억이 생생하다. 그것이 드립 러닝, 물방울 학습이다.
과거에는 ADDIE(분석, 설계, 개발, 시행, 평가)의 전통적 교수체제설계(ISD) 모델을 활용한 위계적 학습설계가 통용되었다. 전통적 교수체제설계는 ADDIE, 구성요소 전시(Component Display), 인간수행공학(HPT)에 근거하여 프로그램/코스 – 모듈 – 단원 - 학습내용을 담은 최소한의 지식단위인 학습객체(Learning Object) 순으로 위계적 계단식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물방울 학습에서는 3Es 개념으로서 ‘유혹하고(Entice)’, ‘몰입케 하고(Engage)’, ‘확장시키는(Extend)’데 주안점을 둔다. 한마디로 ‘학습으로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Messaging as Learning).’그리고 여기에서는 ISD 모델과는 달리 계단식 위계가 없는 대신 물방울처럼 학습객체만 골고루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물방울 학습을 통한 관점 전환을 보면 ‘학습의 속도에서 활용의 속도로’, ‘상호작용의 정도에서 몰입의 정도로’, ‘학습 사태 설계 초점에서 과정 설계 초점으로’, ‘기술 주도 학습에서 학습을 촉진하는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플립은 ‘적정 목표를 위한 적정 방법(The right method for the right objective)’을 강조한다면 드립은 ‘학습의 흐름(The flow of learning)’에 초점을 맞춘다. 원 저자의 개념 정의 시도에 기대어 드립 러닝, 가칭 물방울 학습을 개념 정의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모종의 예에서 보았듯이 개인의 뿌리에 도달할 수 있게 천천히 학습을 전달하는 것이다. 리더십 개발에 적용하여 예를 들면, 역할극과 가상실습, 실 상황에서의 기술실습, 의미 있는 성찰, 본질인 뿌리를 지향하면서 일관성과 통합성을 유지하는 핵심 리더십의 본질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과 간격을 두고 여유 있게 반복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진정 네가 바라는 바가 무엇인가에 더 유의해야 한다는 게 원 저자의 메시지다. 그것이 드립 학습이다. 이제 겨우 드립 러닝으로 가는 여정에서 한 방울 떨어트린 기분이다. 나머지 드립 러닝의 완성은 여러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