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politically correct한 정답은 가족과의 시간이나 환자 진료일 것입니다. 그러나, Cardiologist, 한 집안의 가장, 또는 두 아이의 아버지인 저에게는 공교롭게도 한달에 한번 좋아하는 선생님들과 테니스를 치는 ‘공둥’ 모임에서의 2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모임의 발단: “자네 테니스 해볼 생각 없나?”
2014년 4월의 어느 날, 같은 병원의 문정근 교수님이 당시 치프 레지던트였던 저에게 테니스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당시 문정근 선생님도 막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하였는데 제가 어릴 적 유소년 테니스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으시고는 연락이 오셨습니다. 그렇게, 의대 학생 몇 명과 함께 4명이서 인천 시립 가좌 테니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저도 꼭 20년만에 테니스를 쳐보는 거라 2시간 치고 온 후 온몸의 근육이 부서지는 듯하였습니다. 같이 치는 사람들도 모두 초보여서 실력들이 형편없었던 기억이 나지만, 오랜만에 하는 운동이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같이 운동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너무 재미있어 이 계기로 모임을 만들고 멤버들을 더 영입하기로 하였습니다.
멤버영입과 ‘공둥’ 창립
우리는 당시 길병원 심장내과 과장이셨던 강웅철 선생님을 멤버로 영입하기로 하였습니다. 강웅철 선생님은 군의관 근무시절 테니스를 배우셨다고 합니다. 다행히 강웅철 선생님도 같이 운동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적극적이셔서 자신감을 얻어 외부멤버도 영입하기로 하였습니다. 당시 길병원 심장내과 펠로였던, 현재는 의정부 을지의대병원에서 인터벤션을 하는 김시훈 선생님도 초대하였고, 인하대 심장내과 박상돈 선생님과, 한일병원 김태훈 선생님 (당시 세종병원)을 추가 영입하였습니다.
김시훈 선생님은 이 모임을 위해 테니스를 새로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또, 당시 초창기 멤버 중에는 당시 의대 학생이었던, 현재는 구독자 41만인 닥신tv의 신제욱 선생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요즘은 건국대에서 내과 레지던트와 인기 유투브 크리에이터를 병행하느라 잘 오지는 못합니다.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즐겁게 테니스를 치자는 의미에서 모임의 이름은 ‘공은 둥글다’하여 ‘공둥’ 모임으로 하기로 하였고 로고와 마스코트도 제작하였습니다 (사진 1).
테니스 실력: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회원들의 실력은 조코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콤(?)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강웅철 선생님께서는 플랫에 가까운 20세기형 form 이시지만 뛰어난 운동신경과 볼감각으로 게임을 조율하십니다. 문정근 선생님은 그동안 10년간 열심히 레슨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으로 이제는 공둥 내 비공식 실력 1-2위까지 실력이 일취월장하였습니다.
박상돈 선생님은 오랜 구력과 엄청난 손목힘으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시는데, 최근 저희와 게임 중 종아리 근육파열로 부상을 당하셔서 회복 중이십니다. 을지의대의 김시훈 선생님은 강력한 서비스와 백핸드가 특징이고, 테니스에 가장 진심으로 프랑스오픈을 직관하기 위해 휴가도 마다합니다. 마지막으로, 필자도 최근에는 체중관리를 위해서라도 일주일에 한두 번 새벽 6시부터 20분 간 테니스 레슨을 통해 실력을 갈고 닦고 있는 중입니다 (사진 2).
[사진 1] 공둥의 마스코트 공둥이
[사진 2] 2016년 6월의 어느 날 공둥 운동을 마친 후. 맨 왼쪽부터, 장영우 (길병원), 신재욱, 김태훈 (한일병원), 강웅철 (길병원), 박상돈 (인하대), 문정근 (길병원), 김시훈 (의정부을지의대병원) 선생님.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2016년 추석연휴로 기억합니다. 연휴 시작 전날 근무를 마친 후 인천의 열우물 야외 테니스장에서 초저녁에 운동을 하며 끝난 후 회식까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 3-4). 따뜻한 저녁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천국에 와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일상으로 지친 멤버들에게는 정말 단비 같은 휴식 같다고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는 학회 겸 제주도 전지훈련(?)을 멤버들과 다녀왔습니다. 성산국민 체육센터 테니스장이라는 곳에서 운동을 하였는데, 사람이 거의 왕래하지 않는 테니스장이었으나, 상태가 너무 좋고 날씨가 선선하여 신선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운동을 마친 후 근처의 오름에도 등산을 하였는데, 제주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그간의 노고를 잊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5).
“공은 둥글다”
Cardiologist의 하루는 깁니다. 밤새 시술을 상의하는 전화가 오고, 정신없이 회진, 진료, 그리고 시술 등으로 정말 눈코 뜰 새 고뇌의 일상에서 잠시나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좋아하는 선생님들과 운동하며 해방될 수 있는 그 순간들을 여러 선생님들과도 공유하고 싶습니다. 또, 앞으로는 테니스를 사랑하는 다른 여러 선생님들을 초청해서 공둥의 규모를 더 키우고픈 포부가 있습니다. 격무와 연구로 힘쓰시는 여러 선생님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인 공둥과의 테니스를 강추 드립니다. 공둥으로 오세요!
[사진 3] 공둥모임 장영우 선수 서비스하는 모습
[사진 4] 공둥 연말 송년회 (연도 미상). 왼쪽부터 장영우 (길병원), 김태훈 (한일병원), 문정근 (길병원), 강웅철 (길병원), 신제욱 (닥신tv 유투버, 現 건국대 내과 전공의), 오병천 (길병원), 김시훈 (의정부을지대학병원).
[사진 5] 공둥 제주도 전지훈련(?) 당시 운동을 마친 후 성산 근처의 어느 오름에서 (2023년 4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