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0 No.3
KSIC Newsletter
Published by Korean Society of Interventional Cardiology

JULY 2024
Life Style: Culture & Hobby

수제맥주 만들기


고영국  |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내가 언제부터 맥주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독일에서 다닌 터라 맥주는 수도 없이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생활의 일부(?)여서 사실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독일에는 1000개가 넘는 맥주브랜드가 있고 지역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다르지만 독일은 최근까지도 로마시대 때의 Reinheitsgebot (맥주 순수령), 즉 맥주는 오직 물, 맥아, 홉 이 3가지로만 만들어져야 한다는 법령을 따랐기 때문에 독일맥주의 종류가 다양하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물론 밀맥주 (Weizen bier)의 경우는 예외이기는 하지만.

7년 전쯤 일인데 한 번은 대학생이었던 큰 아들이 학교 칵테일동아리에서 맥주를 만들어서 집에 가져온 적이 있었다. 정확한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에일종류의 맥주였던 것 같았다. 그때 처음으로 맥주를 집에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주말에 심심하던 차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Home brewing을 위해 맥주발효기, 맥아와 홉을 끓여서 만든 원액, 효모 등을 판매하는 사이트들을 찾을 수 있었다. 맥주는 싹튼 보리인 맥아를 빻아서 끓여주면 맥아에서 당을 추출할 수 있는데 이는 식혜를 만들 때 사용되는 엿기름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여기에 다양한 종류와 비율의 홉(hop)을 넣어주면 맥주의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되는데 이를 캔에 넣어 다양한 맥주종류의 원액으로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면 India Pale Ale (IPA)라는 맥주의 경우에는 홉을 많이 넣어 강한 과일향과 쓴맛이 나는데 이 같이 맥주에 India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유는 19세기 영국에서 맥주를 식민지인 인도까지 운송하는데 맥주가 쉽게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알콜도수를 높이는 홉을 추가하는 바람에 나타난 결과였다.

맥아와 홉으로 만들어진 원액을 구입하여 물에 희석한 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발효기에 넣고 효모를 첨가하면 1차 발효가 시작된다. 이때 사용되는 효모는 맥주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라거 효모는 4~8도 사이에서 발효가 잘되고 효모가 바닥으로 가라앉는 ‘하면 발효’의 특성을 보이는 반면, 에일 효모는 실온 13~21도에서 발효가 잘되고 맥주의 표면에서 효모가 뭉치는 ‘상면 발효’ 특성을 보인다. 발효기에서 1주일 정도 발효시킨 다음 이를 병에 담고 설탕을 첨가하면 2차 발효가 진행되는데 설탕이 분해되면서 알콜농도가 추가로 올라가고 탄산도 발생하게 된다. 병에서 최소 1주일 정도 숙성시킨 후 냉장고에서 넣었다가 마시면 정말 맛있는 맥주를 즐길 수 있다.

내가 주로 구입하는 맥주 원액은 호주산 Coopers와 영국산 Muntons 맥주원액인데 다양한 맥주종류를 구할 수 있고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제조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물론 원액을 사지 않고 매니아들처럼 그 전 단계부터 직접 하려면 과정은 복잡해진다. 한 번은 코스코에서 100% 사과주스를 구입해서 와인효모를 넣고 발효시켜 Apple Cider를 만들어 보기도 하였는데 발효기를 이용하면 다양한 종류의 주류를 만들 수 있다. 한 번 맥주를 만들면 양이 8~10 리터정도 되기 때문에 혼자 마시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특별한 날에 나누어 마시거나 선물하면 좋은데 한 번은 K-VIS 연구회에 흑맥주를 만들어 가져가서 휴식시간에 시음식을 갖기도 했고, 스승의 날에는 퇴임하신 명예교수님들을 모시는 자리에서 요즘은 약간 식상해진 와인을 대신하여 직접 만든 맥주를 선물로 드리기도 했는데 나름 보람도 있고 쏠쏠한 재미를 느낀다. 맥주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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