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0 No.3
KSIC Newsletter
Published by Korean Society of Interventional Cardiology

JULY 2024
Life Style: Culture & Hobby

그림 속 심장혈관 해부학의 역사


박상민  |  노원을지병원

인간의 심장에 대한 관심은 구석기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의 Pindal 동굴벽에서 약 2만여 년 전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맘모스의 그림이 발견되었다.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은 맘모스의 심장으로 추정되는 하트모양의 모양의 음영이다 [그림 1]. 구석기인들은 식량을 얻기 위해서 사냥을 할 때 거대한 맘모스에게 해를 당하지 않고 동물을 고통스럽지 않게 효율적으로 죽이려면 심장을 찔러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표시해 놓은 것 같다. 인류는 그때부터 이미 심장이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기임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역사는 흘러서 본격적으로 ‘심장 해부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500년대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서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1452 – 1519)는 500년 전의 세계적인 천재 예술가이자 과학자로 알려진다 [그림 2-A]. 예술적으로 회화, 조각, 건축, 시문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과학자적 면모는 의학, 수학, 발명, 천문학, 지리학, 역사학까지 두루 걸쳐있다. 대표작인 ‘모나리자’나 ‘최후의 만찬’ 속 인물들이 생동감 있는 묘사가 되는 이유는 그가 해부학에 정통한 예술가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청년기에 사체해부를 통해서 인체를 공부할 수 있는 특혜를 누렸다. 중년시절에는 사체해부가 질병 전파나 종교적 이유로 제한되어 의학도들도 2번 이상의 사체해부의 조수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였으나 그의 인체 해부는 30여 차례 진행되었다고 알려진다. 해부학에 진심이었던 레오나르도는 1490년에 Torre 교수의 해부학 교과서를 만드는 데 참여하였고, 이후로도 직접 그림을 그리고 주석을 달아 268페이지 분량의 인체해부도감인 <De humanis corpore>을 쓰기도 하였다. 이 작업은 60세까지 지속되었으나 공식적으로 출판이 되지는 않았고 300년이 지나서야 대중에 우연히 노출이 되었다.

레오나르도의 심장학에 대한 연구와 지식은 놀라운 수준이다. 그가 그린 190여 점의 인체해부도중에서 50점은 심장과 혈관의 그림이다. 주로 소와 돼지의 심장을 그리고 연구하였다. 대동맥과 폐동맥의 외형 그리고 심장근육의 결까지 잘 묘사하였고 2심방2심실을 잘 표현하였다. 대동맥판막의 단면도와 관상동맥이 대동맥 기시부에서 발원하여 심장근육쪽으로 뻗어나가는 좌주간지(LM), 좌전하행지(LAD), 좌선행지(LCx)의 형태와 가지 혈관들을 상세히 묘사하여 현재 의학의 총아인 심장CT의 3D-reconstruction의 모습의 prototype을 보는 듯하다. 심장의 관상동맥과 정맥의 해부학을 연구하여 심장이 자체적으로 대동맥기시부에서 혈액공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으로 보인다 [그림 2-B and C].

혈류역학적인 면에서는 금속조각들을 돼지 심장에 넣어 혈액의 흐름을 분석하였고, 소의 심장을 밀랍이나 유리 모델로 만들어서 심장과 판막을 지나는 혈류의 정수학적 특징도 연구하였다. 심실 내 papillary muscle과 mitral valve의 연결 관계를 도식화하였고 ‘심장판막은 끝에서 근육에 붙어있는 부분이 심근내막 (endocardium)으로 덮여있다’고 주석을 달았다. 대동맥 기시부 sinus부분에서 심장이 수축할 때 발생하는 forward flow와 vortices 현상을 알아내어 대동맥판막이 닫히는 원리를 그림으로 나타내었다 [그림 2-D]. 기능적으로 4개의 판막이 동시에 열리고 닫혀야만 심장이 제대로 수축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심실에서 심방으로 역류가 발생하여 심장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하였으니 “심부전의 발생 기전”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적인 대동맥판막의 역학적 실험이 1969년에는 처음으로 실시된 것으로 보면 그는 이미 450년 전에 심장혈관학분야의 으뜸 선구자의 모습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레오나르도는 “심장은 스스로 수축하는 근육이다”라고 주장하였고, 혈액은 대동맥을 통해서 전신에 보내지고 모세혈관을 거쳐 피부에까지 이른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폐의 기관지에 폐동맥이 동행하는 것을 관찰하고 이곳에서 가스교환을 통해 공기(air)를 얻고 폐에서 정맥이 신선해지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림 2-E]. 그의 이론과 연구결과는 근대 심혈관 생리학의 기초가 다진 1628년 William Harvey와 1661년 Marcello Malpighi의 연구와 저술을 거쳐 현대의학의 전신순환과 폐순환의 개념이 이론적으로 정립되는 기초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이론들이 당시 이탈리아의 여러 대학에서 회자되었으나 정식적인 출판이 안된 것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그의 스케치 노트에는 “I could tell more, if I was allowed to do so...”라고 기록이 남아있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품이나 대중에 노출을 꺼려하는 성격이었는지 사회적 압력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1543년경 Vesalius가 <De humani Corporis Fabrica>를 집필하여 ‘해부학의 아버지’로 인정받고 있는데 만약 레오나르도의 출판이 당대에 이루어졌다면 ‘해부학의 아버지’의 이름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1700년대 유명한 해부학자인 William Hunter는 그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부학자로 추앙하였다. 그는 보이지 않는 신의 모습보다는 ‘세례 요한’ 같은 성자들의 인간다운 모습을 그림의 소재로 많이 삼았다. 그는 해부학과 심장학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고증으로 아름다운 인체를 표현을 통해 초자연적인 생각의 맥락에서 인간의 의미를 발견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르네상스시대의 수많은 거장 중에서 레오나르도가 50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에게 사람에 대한 깊은 성찰과 감동을 전해주는 으뜸 인물로 여겨지는 이유로 생각한다. 지면상의 제약으로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이후 많은 시대적 변모 속에서 여러 예술가들에게 의해 심장은 회화 속의 주제가 되어왔다.

1920년대 이후로 100년간 많은 의사들의 노력으로 심장혈관병의 중재치료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1929년 독일의 Dr. Werner Forssmann이 비뇨카테터를 카데바의 좌측팔의 정맥에서 우심방으로 넣어 도자술의 기원이 마련된 이후 1958년에는 Dr. F. Mason Sones JR. 에 의해 드디어 최초의 관상동맥조영술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1962년에는 Dr David Sabiston, Jr이 vein graft를 이용한 최초의 CAGB를 시행하고, 1977년 Dr. Andreas Gruentzig이 처음으로 풍선을 이용한 PCI 중재시술을 시행하였다.

말초혈관시술에 있어서는 1964년에는 하지의 동맥폐쇄에 중재적 방사선시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Dr. Charles Dotter가 최초로 풍선을 이용한 PTA를 시행하였다. 이후로도 많은 혈관중재시술의 발전이 있었으나 1990년 Dr. Juan C. Parodi가 세계최초로 Buenos Aires에서 복부대동맥류 (abdominal aortic aneurysm)에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을 하여 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심장학 명예교수인 Dr. Bergqvist는 ‘심장병치료의 심미적 아름다움'에 감명을 받아, ‘대동맥류’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대동맥류에 스텐트그라프트를 삽입할 때 main body가 catheter에서 release 되는 모습의 그림과 함께 목재와 청동으로 만든 대동맥류 모형을 함께 소개하였다 [그림 3-A to C].

나는 오늘도 관상동맥조영술을 하면서 마치 하얀 화선지에 수묵으로 난초나 나무뿌리를 그리는 듯한 예술적인 즐거움을 느낀다. LM이나 RCA os에 catheter를 engagement 시키고 심장의 리듬에 맞춰 부드럽게 조영제를 주사하면 심근이 역동적으로 조영제를 흡수하면서 아래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볼 때면 잠깐 동안 동양화가라도 된 듯한 감상에 젖을 때도 있다. 찢어지거나 끊어진 난초잎이나 뿌리를 연결해 줄 때는 작은 기쁨도 함께 느끼게 된다. 원체 중재시술의 본질이 혈관성형술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심혈관중재시술의사에게 균형 있는 심미안적 안목은 필요 덕목인 것 같다. 하 수상한 시국에도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측은한 환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소명감으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우리나라의 모든 심장내과와 중재시술의사들을 응원하고 그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혈관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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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Elefante Enamorado (The Elephant in Love), Pintal Cave in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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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A] Self portrait of Leonardo Da Vinci (1452 – 1519) Biblioteca Reale, T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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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B and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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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D and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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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A to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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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Sterpetti AV. Cardiovascular research by Leonardo da Vinci (1452-1519). Circ Res. 2019;124:189-191

2. Sterpetti, Antonio V. The Revolutionary studies by Leonardo on blood circulation were too advanced for his time to be published. Journal of Vascular Surgery 2015; 62 (1): 259-263.

3. Boon, B. Leonardo da Vinci on atherosclerosis and the function of the sinuses of Valsalva. Neth Heart J 2009;17(12), 496–499.

4. Keele, K. Leonardo da Vinci and the Movement of the Heart.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Medicine. 1951;44, 209–213.

5. Kaptein Ad A, et al. Heart in art: cardiovascular disease in novels, films, and paintings. Philosophy, Ethics, and Humanities in Medicine. 2020;15:2

6. Bergqvist D. Aneurysm – dramatik och patologisk estetik. Läkartidningen. 2012;109:829–30.

7. Marinkovic S, et al. Heart in anatomy history, radiology, anthropology and art. Folia Morphologica. 2014;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