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도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로서, 거의 한 평생을 데이터와 통계에 기반한 의학적 진실을 추구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말과 글로 표현되는 언어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무기이지요. 그러나 세상에는 말과 글로 표현 못하는 부분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데 저는 50여년이 필요했습니다. 말 없는 응시, 따뜻한 포옹, 타오르는 불길, 잔잔한 물결을 보며 느끼는 감동, 그 경험을 표현하는 무언가의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내면에는 데이터와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예술적 영감이 존재합니다. 이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저는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사진은 다른 예술의 장르와는 달리 진입 장벽이 매우 낮습니다. 대가의 사진도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거의 비슷하게 찍을 수 있습니다. 제주도의 바람을 찍은 유명한 사진작가로서 김영갑 선생이 있습니다. 김영갑 갤러리를 관람하고 돌아가는 길에 친구가 사진을 한 장 찍고는 “이거 거기 전시된 작품과 똑같지 않아?” 하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사진이 그런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친구의 사진을 김영갑 선생의 사진과 같은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닌 것은 자명합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에는 아름다운 경치를 찍고, 주위 사람들을 찍으며 여행을 기억하였습니다. 해돋이 장면이나 석양과 같은 예쁜 사진을 찍고, 꽃, 나무, 물의 반영, 밤하늘 등 다양한 대상을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순광 사진보다 역광 사진을 찍고 구도도 극단적으로 변했습니다. 더 비싼 카메라와 렌즈를 사서 배경 흐림과 보케의 아름다움을 즐겼습니다. 아도비 라이트룸으로 사진을 후보정하여 여러가지 분위기의 사진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물, 불, 흙, 바람 등의 원소, 또는 화, 수, 목, 금, 토의 오행을 주제로 사진을 찍고자 하였습니다. 우주 만물의 근원인 가장 단순한 원소들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자 했습니다. 이 주제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여 아직 부끄럽지만 아래에 몇 개의 사진을 보여드립니다. 사실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가장 관심 많은 주제는 인간입니다. 표정과 몸짓에서 보여주는 감정, 경험, 그리고 상황은 우리의 심금을 울리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초상권 문제로 점점 그러한 사진을 찍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 작가들이 아프리카 등 오지를 찾아 다니지요. 제가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아내”입니다. 몇 년 전에는 아내의 사진을 주제로 한 권의 책을 만들어 아내에게 선물할 때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후속편으로 “중년 부부”라는 주제로 사진첩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는데 게을러서 차일 피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에는 사진에 좀 소홀하였는데, 이 글을 계기로 다시 시작해볼까 합니다.
이렇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들어가서 그 깊고 다양한 세계를 탐험하는 경이로운 경험입니다. 여러분들도, 마음 속 깊이 잠재해 있는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사진을 통해 표현해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사진] 1) 火 하와이 빅아일랜드 화산, 2) 水 캐나다 피라미드 호수, 3) 木 전북 고창 읍성 4) 土 변산반도 도로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