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9 No.4
KSIC Newsletter
Published by Korean Society of Interventional Cardiology

October 2023
People in KSIC

해외 연수를 추억하며
- ‘The spirit of America’ 미국 보스턴 연수기


신정훈  |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심장내과

연수를 준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 연수가 끝나면서 아쉬운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언제 연수를 다녀왔나 싶게 어느새 병원 일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연수 끝나기 보름 전 연수기를 써 달라는 조윤형 선생님의 부탁을 받고 ‘아, 정말 연수가 끝나가는구나’ 생각하며 너무 아쉬워했던 기억이 나는데 복귀한 지 2주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저의 해외 연수는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년 동안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위치한 보스턴의과대학 부속병원인 Boston Medical Center에서 이뤄졌습니다. 지도교수는 저의 의과대학 동기이자 연수 시작 당시에는 보스턴의대, 현재는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에서 obesity medicine fellowship program director인 김동욱 교수로, 비만과 영양, 대사질환 전문가입니다.

병원과 학교, 학회 일 등에 밀려 정작 연수지 선정 과정부터 늦어졌고, 연수를 위한 출국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본래 연수지로 얘기가 진행되던 병원으로부터 “visiting scholar를 받을 수 없다. 미안하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PI의 통보를 받았을 때는 허탈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김동욱 교수의 도움을 받아 한 달 만에 DS2019 서류를 받아 비자 신청을 했으나 그 당시 비자 신청이 밀려 있어 연수 시작이 임박한 2주 전 부랴부랴 항공권 발권 일정을 조정하는 등 마치 심장이 쫄깃해지는 듯한 경험을 거쳐 미국 보스턴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연수는 보스턴의대 Endocrinology, Diabetes, Nutrition and Weight Management 분과에서 시작했는데, 잠시 온콜 대기와 시술방을 떠나 몸과 마음이 편한 연구자의 생활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주로 비만 환자 위주의 진료와 영양 상담 관련 미팅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obesity fellow program과 학생 실습을 담당하는 지도교수의 도움으로 보스턴의대 학생들의 실습 교육 과정에도 참여하며 흥미롭고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주로 보스턴의대생, Boston Medical Center의 Nurse Practitioner, 전공의, 펠로우가 작성한 의학증례와 논문을 검토하고 교정하는 작업을 수행했고 Boston Medical Center 데이터를 이용한 임상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지도교수가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Boston Medical Center의 자료를 이용해 진행하던 연구 중 일부는 진행하지 못한 점과 원래 예상과 다르게 학교를 옮기는 과정이 많이 지연되었다는 점(미국의 행정처리 속도를 하버드에서도 경험했습니다), 하버드 브리검여성병원에서 연수 생활을 경험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임상연구와 증례 논문을 마무리했는데, 그중에서 미국 내 입원환자 빅데이터인 Nationwide Inpatient Sample Dataset을 이용해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COVID-19 감염 후 예후를 분석한 논문을 출판하고 연수 기간 이슈였던 chat-GPT를 이용한 Diet Plan에 관한 연구를 기획하고 하버드의대, 보스턴의대, 클리블랜드클리닉, 시더스사이나이병원 연구자들과 함께 미국비만학회 회원과 미국영양전문협회 소속 의사를 대상으로 survey를 진행해 그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한 것은 큰 보람이었습니다. 지도교수가 한국인이고 친구이다 보니 연수가 끝날 때까지 영어 실력이 향상되지 못한 안타까운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지만 학교나 병원의 모든 행정 작업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나 언어의 장벽으로 오는 스트레스 없이 편안한 연수생활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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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보스턴의대 Kim Dong Wook 교수(좌), Kabita Sharma 교수(우)와 함께

그리고 뉴잉글랜드 한인의사회 모임을 통해 미국 대학에 계신 교수님들과 연수를 목적으로 보스턴에 오게 된 다른 기관의 교수들과도 교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하버드의대 MGH & BWH 데이터센터에서 AI 연구 등을 진행하는 김경상 교수의 Lab Meeting에 참여했던 경험과 비슷한 시기에 연수 중이었던 의정부성모병원 임성민 교수 소개로 코네티컷 주립대학병원 (UConn Health) 이주용 교수님의 Cath lab을 방문해 시술을 참관하고 배웠던 경험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미국 동북부에 위치해 있어 보스턴의 긴 겨울과 추운 날씨를 걱정했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연수 기간 내내 심한 추위를 겪지 않고 비교적 온화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습하지 않아 기분 나쁘지 않은 더위를 느낄 수 있는 여름 날씨와 화려한 단풍으로 가득 찬 매력적인 가을 풍경 등 계절별로 다양한 날씨와 아름다운 경치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집 앞으로는 보스턴마라톤 코스가 이어지는데 아름다운 동네 풍경을 따라 걷거나 뛰기만 해도 힐링이 되다 보니 아무래도 러닝을 많이 했고 펠로우 이후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해 본 적이 없었다는 뒤늦은 후회와 함께 점차 뱃살은 없어지고 몸이 가벼워지며 건강을 회복되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한국에 비해 저렴한 골프장 비용으로 운동을 겸해 종종 필드에 나가다 보니 골프 핸디가 줄어드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연이은 일정과 모임으로 현재의 BMI와 골프 실력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비싼 렌트 비용, 연수 기간 중 고공행진한 환율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맑은 공기, 아름답고 여유로운 동네, 우수한 아이들의 학교 인프라, 안전한 주변 환경, 아파트 내 연수자 가족 간 모임 등은 1년간의 보스턴의 연수 생활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해 주었습니다.

보스턴은 뉴잉글랜드 6개주(매사추세츠주, 코네티컷주, 로드아일랜드주, 뉴햄프셔주, 버몬트주, 메인주)의 중심 도시입니다. 미국의 독립과 건국을 주도한 중심 도시라는 역사적 배경 때문에 독립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을 연결해 하나의 길로 만든 ‘프리덤 트레일(Freedom Trail)’이 보스턴 시내 관광의 핵심이라 관광객은 주로 이곳과 주변의 유명한 하버드대와 MIT 등 대학교를 구경합니다. 하지만 보스턴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주변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관광지가 많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자동차를 렌트해서 주변을 함께 여행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보스턴과 뉴잉글랜드의 역사적인 배경과 문화적 내용을 이해하면서 여행을 즐기면 감동이 더욱 깊게 다가올 것입니다. 제가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김정일 님이 연재한 글(https://zznz.co.kr/archives/7678)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소개되지 않은 곳 중 메인주의 아카디아국립공원, 뉴햄프셔의 워싱턴마운틴, 화이트마운틴 국유림, 로드아일랜드의 뉴포트, 매사추세츠주의 케이프코드(Cape Cod), 마서스비니어드섬(Martha’s Vineyard)도 추천합니다.

병원 사정과 COVID-19 등을 이유로 연수가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오히려 COVID-19 상황이 완화된 이후 연수를 시작하게 되어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연수 기간에 성과 중심의 목표에만 초점을 두었던 저를 돌아보며 재충전할 수 있었고,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여행도 자주하며 관계 회복도 이뤘습니다. 아이들에게 영어에 자신감을 키워주고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며 여가 활동을 통해 문화도 체험하게 해 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연수 기간에 국립공원, 역사유적지,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야구장, 농구장, Ivy League 대학교 등을 찾아다녔는데 정작 서울에서는 가족과 함께 한국의 국립공원이나 유적지 탐방은 잘 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집 근처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한 번 관람하지 못했던 저를 돌아보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삶의 여유를 누리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연수 기회를 주시고 응원해 주신 한양대학교 서울과 구리병원 심장내과 교수님들과 연수 기간 내내 많은 도움을 준 김동욱 교수, 한양의대 보스턴 동문 선후배, 연수 생활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학회에서 선생님들께 직접 인사드리고 그동안의 보람찬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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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뉴잉글랜드 한인의사 연구회 모임(좌), 한양의대 보스턴 동문 모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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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우리 가족 보금자리 보스턴 아파트(좌), 아파트내 바비큐장(가운데)과 수영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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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무지개가 뜬 보스턴 다운타운 찰스강뷰(좌), 집 근처 골프장에서 임성민 교수와 함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