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9 No.4
KSIC Newsletter
Published by Korean Society of Interventional Cardiology

October 2023
Life Style: Culture & Hobby

생명의 산, 한국의 명산, 지리산


김원호  | 을지대학교병원
우리나라에서 해발 고도가 높은 산과 최고봉은 순서대로 한라산의 백록담, 지리산의 천왕봉, 그리고 설악산의 대청봉이다.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백록담에서 보는 제주 전역, 설악산의 대청봉과 공룡능선에 서서 바라보는 동해 바다와 일출은 천하 절경이다.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은 지리산이다. 그 이유는 직장과 지리적으로 아주 멀지 않아 잠을 줄이고 조금만 부지런 하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는 것이고, 등산 코스가 매우 다양하고 산을 오르지 않더라도 300여 km에 달하는 지리산 둘레길의 하이킹을 경험해 볼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2022년은 총 6번, 2023년은 7월까지 6번을 지리산을 등산하였다. 등산은 주로 학회가 없는 주말을 이용하거나, 평일에 하루 휴가를 사용한다. 종주를 하지 않는 등산이라면 전날 저녁까지 가능한 모든 일을 마치고 일찍 취침해서 새벽 1시에 일어난다. 새벽 3시부터 등산을 시작하면 당일 등산의 경우 보통 오후 3시 전에 마무리되기 때문에 필요 시 다시 직장에 복귀해서 밀린 업무를 볼 수 있는 여유도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경남 함양, 산청, 하동군,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등 3개 도에 걸쳐 있는 면적으로는 남한 최대의 국립공원이다. 여의도 면적의 약 52배이고, 최고봉인 천왕봉은 제주도 한라산을 제외한 남한에서는 가장 높다.
지리산의 등산 코스는 보통 3대 주봉인 천왕봉, 노고단 또는 반야봉을 오르기 위한 당일 코스와 수 일이 소요되는 종주 코스로 나뉜다. 등산을 아는 사람이라면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도전하는 곳이 바로 지리산 주능선을 관통하는 종주 코스이다. 종주 코스는 전남 구례의 화엄사나 성삼재를 시작으로 하여 경남 함양의 백무동, 산청의 중산리나 대원사 (유평 마을)을 기점으로 한다. 들머리와 날머리의 첫 글자를 따서 화백, 화중, 화대, 성백, 성중, 성대 종주 총 6가지가 있으며 가장 길고 완전한 종주는 화대 종주이다. 화대종주의 정확한 거리는 46.2 km로 알려져 있지만 중간에 반야봉을 왕복하게 되면 대략 50km정도가 된다. 종주를 하는 동안 16개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대장정이며, 종주를 한 사람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인생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2박 3일 일정으로 추천되나 기초 체력이 매우 좋고 새벽 산행이 가능하다고 하면 1박 2일도 가능은 하다. 지도에서 보면 지리산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행할수록 해발 고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대원사에서 시작하면 대부분 하산을 하는 종주 코스가 되어 체력 소비가 덜 할 수 있으나, 종주의 하이라이트를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대부분 등산객들은 지리산 종주를 서쪽인 화엄사에서 시작한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지리산 종주를 2박 3일 기준으로 계획한다면 일정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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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대종주 첫날 (소요시간 10-12시간 정도)

1. 화엄사-연기암-코재-무넹기 고개-노고단 고개-임걸령-노루목-(반야봉 왕복)-삼도봉-화개재-토끼봉-명선봉-연하천 대피소

화엄사에서 노고단의 구간은 7 km가량 급 비탈길이다. 코재를 통과하는 구간은 경사가 급해 체력 소모가 심하다. 코재를 지나면 무넹기 고개에 이르는데, 이는 성삼재에서 노고단 고개에 이르는 임도 (차가 다닐 수 있는 산림 도로)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노고단 고개까지는 국립공원 관리 차량들이 통할 수 있는 임도라서 경사도도 크기 않고 폭이 넓어 어려움은 없다. 노고단 고개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지리산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천왕봉과 중봉까지 모두 보인다. 아마 지리산 종주를 시작하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노고단 고개에서 지리산 주능선으로 내려가는 숲길 등산로를 바라보며 본격적으로 종주를 시작하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반야봉은 지리산 제 2봉으로 반야봉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다고 하여 반야 낙조라 불린다. 반야 낙조는 성삼재 휴게소 주차장에서도 볼 수 있는데, 노을이 질 때 반야봉 전체가 붉게 반사되어 지리십경의 하나로 꼽힌다. 반야봉은 지리산 주능선에서 벗어나 있고 왕복하려면 체력이 방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는 사람도 있다. 반야봉을 내려오면 삼도봉으로 가게 된다. 여기서부터 벽소령 대피소까지 전체적으로 고도가 낮아지는 하산길이라고 보면 된다. 새벽 일찍 종주를 시작한다면 연하천 대피소를 지나 벽소령 대피소까지 갈 수도 있고, 세석 대피소까지도 도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리산 주능선은 해가 떨어지면 공격성이 있는 위험한 야생동물들 (지리산 반달곰, 담비나 멧돼지 등)을 마주치거나 주능선에서 다른 길로 잘못 들어가 조난을 당할 위험이 있다. 지리산 대피소는 주능선에 여러 곳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화장실이 깨끗한 세석 대피소나 이용객이 적은 벽소령 대피소를 좋아한다. 지리산 대피소는 생수, 햇반, 연료용 가스 등을 판매하고 있어 힘들게 무거운 생수를 많이 가지고 오지 않아도 된다. 대피소에서 취사를 위한 화기 사용도 가능하나 숯불은 사용 할 수 없다.

지리산 화대종주 둘째날 (소요시간 10-12시간 정도)

연하천 대피소-형제봉-벽소령 대피소-선비샘-칠선봉-영신봉-세석대피소-촛대봉-삼신봉-연하봉-장터목 대피소

연하천 대피소에서 조식을 마치고 출발을 하면 형제봉을 지나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한다. 벽소령은 지리산 종주 능선에서 고도가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예로부터 지리산 남쪽마을과 북쪽 마을을 이어주는 고개로 유명하다. 함양군 마천면 음정마을에서 시작되어 하동군 화개면 의신마을에 이어지는 지리산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등정 코스를 통해서도 벽소령 대피소에 갈 수 있다. 이 코스는 폭이 비교적 넓은 임도인데 특이하게 지방도 제 1023호선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자연보호를 위해 국립공원 차량이 아니면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비포장도로이나 평탄한 돌길이다. 이 길은 사실 한국 전쟁 당시 이현상 부대라고 불리는 공비들을 토벌을 위해 만든 군사용 도로 (토벌대로)이다. 벽소령 대피소 이후의 지리산 종주는 고도를 계속 올려야 하는 등산 코스이다. 벽소령 대피소의 해발 고도가 1326m이고 장터목 대피소는 1670m, 천왕봉은 1915m이니 첫날에 비해 거리는 길지 않으나 고도를 높아지는 만큼 체력 소모도 크고, 숲이 아닌 개활지를 걷는 동안 지리산의 아름다운 절경들을 감상할 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가지기를 권유한다. 세석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점심을 해결 한 후 촛대봉에 이르면 세석 평전 (촛대봉에서 영신봉 사이의 고지에 있는 큰 평원)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은 계곡과 숲, 소나무, 도토리 나무 등이 어울어진 돌산이 많은데, 지리산의 세석 평전과 연하 선경 (세석 대피소에서 연하봉까지의 능선길)은 외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지리산 종주를 해보거나 세석 대피소를 통과해 천왕봉에 올라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세석 평전을 가장 기억이 남는 곳으로 기억한다고 한다. 세석 대피소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의 거리는 약 3.5km이나 이동에 보통 반 나절을 소요되며 연하봉에서 내려와 장터목 대피소에는 보통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게 된다. 장터목 대피소는 하늘 아래 첫 집이다. 천왕봉을 목표로 하는 등산객은 대부분 이 대피소를 거쳐 간다. 일출과 일몰 때의 장터목 대피소는 날이 맑은 날이면 북쪽으로는 남덕유산부터 시작되는 덕유 능선과 남쪽으로 멀리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천왕봉 당일 등정에 대하여 (무박 산행)
천왕봉 당일 등정은 세 곳의 출발지가 있는데, 경남 함양의 백무동, 경남 산청의 중산리와 대원사 (유평 마을)이 있다. 중산리 코스가 천왕봉을 가장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코스이고, 백무동 코스는 한신 계곡을 통해 세석 대피소로, 또는 백무동 계곡을 통해 장터목 대피소를 거쳐야 천왕봉에 도착할 수 있다. 원점 회귀가 아니라면 백무동에서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하산하거나 그 반대도 가능하다. 다만, 대원사 코스로 오르는 천왕봉은 보통 13-15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원점 회귀의 경우 새벽에 출발을 해야 한다.
지리산 화대종주 셋째날 (소요시간 8-10시간 정도)

장터목 대피소-제석봉-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 대피소-무제치기 폭포 입구-삼거리-유평마을-대원사

장터목 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는 한시간 정도 소요된다. 일출을 보고자 한다면 새벽에 랜턴을 켜고 가야하기 때문에 1시간 정도로 여유있게 생각하고 가면 된다. 천왕봉 정상석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에서 발원하다”라는 글이 씌어 있다. 이후의 대원사 하산길은 지리산에서 주능선의 꼬리를 담당하고 있는 코스이다. 종주를 제외하고는 단일 코스 중에서 천왕봉을 왕복하기에는 가장 장거리 산행을 해야 하고 경사도가 높아 잘 이용하지 않는 코스이다.

중봉을 거쳐 써리봉으로 가는 동안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하산하는 과정도 체력 소모가 심하다. 하산을 계속하여 치밭목 대피소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대원사로 내려오면 오후가 된다. 유평마을로 내려오면 화대종주가 마무리된다. 지리산 등산을 하기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예약통합시스템에서 대피소 예약 상황, 날씨 및 통제 구역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지리산 정상부는 11월부터 4월까지 눈이 오고 밤에는 영하로 기온이 하강하기 때문에 조끼, 핫팩과 아이젠이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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