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심장내과 다시 하라고 하면 할 거냐”
“아니 당연히 안 하지”
“그럼 무슨 과 할 건데?”
심장내과 임상강사 시절, 동기들과 고된 하루를 마치고 야식을 먹으면서 아마 수십 번도 더 나눴던 대화입니다. 소화기내과, 응급의학과, 안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쟁쟁한 후보들이 거론되었고, 살벌하고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항상 같은 결론에 도달하곤 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내일 시술이나 준비하자.” 각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리로 돌아가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불과 1~2년 전의 일이니까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서울아산병원에서 3년간의 임상강사 수련을 마친 후, 2024년 3월부터 경희대병원에서 신입 심혈관중재시술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진호입니다. 이번에 심혈관중재학회에서 원고 제안을 받고, 심장내과를 왜 선택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동기들과 나누던 농담 섞인 질문들이, 사실 이 선택의 본질을 담고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요즘처럼 바이탈과를 선택하는 의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왜 저는 이 길을 선택했을까요.
왜 심장내과였을까
솔직히 처음 심장내과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학생 때 배웠던 순환기학이 흥미로웠고, 그 흥미가 내과로의 진로 선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길을 선택한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러하시겠지만, 내과 전공의 과정에서 본 심장내과는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응급실, 중환자실, 병동을 오가며 환자들의 상태가 극적으로 호전되는 경험은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사망할 것 같던 환자가 PCI 후 ECMO를 떼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병동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웃으면서 퇴원하는 순간은 굉장히 중독적이었습니다. 심장내과의 여러 파트가 흥미로웠지만, 중재시술을 선택하는 데 큰 고민은 없었습니다. 환자를 직접 시술로 살릴 수 있다는 점이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그렇게 매력에 취한 채(?) 불을 좇는 나방처럼 심혈관중재시술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된장인지 똥인지
하지만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던 심장내과의 길은 예상보다 훨씬 험난했습니다. “된장인지 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냐”라는 말처럼 주변에서 말렸던 길이었고, 지금 제가 찍어 먹고 있는 것이 똥 맛 된장인지 된장 맛 똥인지 알 수 없는 상황들의 연속이었습니다. 환자들이 예상대로 시술 후 극적으로 회복되는 순간에는 심장내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장 힘든 순간은 환자가 회복 만큼이나 급격히 악화되는 때입니다. 주말에 ECMO를 적용하며 TAVR 시술을 보조하며 여러 일을 하던 와중, 제 판단 하나가 잘못되어 환자가 급격히 나빠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사진 1] 살벌하고 격렬한 토론을 벌였던 임상강사 동기들. 가장 왼쪽이 저입니다.
[사진 2] 경희대 병원 인터벤션 교수님 및 직원 식구들과 사진.